▲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1990년작 `사랑의 기적(Awakenings)`이란 영화를 보았는가?

`올리버 삭스`란 의사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기면증 환자들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로버트 드니로)을 비롯한 5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영화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의학 연구만 하던 닥터 세이어(고 로빈 윌리엄스 분)가 배인브리지 병원에 부임한다. 그곳은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병원으로 세이어가 할 일은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나 식물 인간처럼 아무런 말이나 거동조차 불가능한 기면증 환자들을 비롯해서 병명조차 모르는 환자들의 맥박과 체온을 재고 진단만 내리면 되는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이어는 환자들에게 반사 신경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료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이어는 이 환자들을 깨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그리고 새로 개발된 `엘도파`라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투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모든 환자들에게 투여하진 못하고 레너드(로버트 드니로)라는 환자에게만 하게 된다. 레너드는 손이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되어 점차 세상과 멀어지다가 결국 영혼은 죽어있고 육신만 살아있는 환자가 되어 병원에서 중년의 나이를 맞는다. 병원에 새로 부임해온 세이어는 그에게 엘도파를 처방하고 얼마 뒤 레너드는 기적처럼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지만 삶의 환희를 맛본 것도 잠시, 어린 소년에서 갑자기 중년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죽어있던 영혼은 부활했지만 달라져버린 자신의 모습과 달라진 세상만큼이나 그를 더욱 옥죄는 것은 평생 자신을 돌봐주던 병원의 쇠창살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레너드의 심리적인 변화에 세이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미처 손을 쓰지 못한다. 인간관계는 서툴지만 누구보다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의 깊게 눈여겨보는 의사와 30여 년간 잠들어있다 깨어난 기면증 환자의 가슴 뭉클한 우정과 인간애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장내 신경을 겨냥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엔테린(Enterin)이 시리즈A에서 1천27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얼마전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다. 이번 펀딩을 통해 회사는 올해 2월에 돌입한 ENT-01의 임상1/2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는 잘못 접힌 형태의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응집돼 주변으로 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 사이의 틈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저해,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병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엔테린은 여기에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알파시누클레인이 장에서 먼저 축적되기 시작해 장과 뇌를 연결하는 장-뇌축을 따라 뇌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파킨슨 환자에서 병이 본격적 발병되기 이전에 공통적으로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만성적 세균성 장염에 걸린 환자의 경우, 장벽(腸壁)의 신경에는 세균을 처치하려고 몰려든 알파시누클레인이 넘쳐나는데, 종국에는 그것들이 뇌로 이동하여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벽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이 염증원인 물질로서 작용, 수지상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ENT-01 이라는 물질은 천연 스테로이드인 스쿠알라민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스쿠알라민은 장벽에 존재하는 신경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의 염증 유발 작용을 차단하고 배변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오로지 뇌 신경에 집중해왔던 고정관념이 이번 연구 발표를 통해 바뀌게 되었다. 뇌 건강을 위해, 장 관리에도 더욱 신경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