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3만8천원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자랑하는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64)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3차례나 수상한 언론인이자 현대사회의 세계화를 다룬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인물이다.

자신의 칼럼의 생명은 `현장 취재`라고 할 만큼, 그는 최첨단 기술의 도시 실리콘밸리에서 포화에 휩싸인 전쟁터까지, 세계 곳곳을 직접 발로 누비며 글을 쓴다. 변화와 혁신의 현장감부터 전쟁으로 신음하는 약자의 고통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의 글은 그래서 읽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신작 `늦어서 고마워`(21세기북스)에서 프리드먼은 현재를 `가속의 시대`로 정의하고 이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답한다.

6년간 혁신과 변화의 순간을 취재하고 분석한 내용과 그의 세계관을 오롯이 담아 가속화 돼가고 있는 발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낙관적인 자세로 미래를 논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변화 속으로 담대히 뛰어들라”고 제안한다.

프리드먼은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세 가지 힘, 즉 기술 발달, 세계화, 자연 환경이 폭발적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재를 `가속의 시대`라 부른다. 이 책에서는 이 변화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분석하고, 가속화가 우리의 일터, 정치, 지정학, 윤리,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기하급수적 변화가 당혹감이나 절망감을 줄 수 있지만 겁먹거나 후퇴하지 말고 잠시 멈춰 지금 이 시대에 대해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지금 같은 숨 가쁜 변화의 시기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그 변화에서 도망치려 하지 말고 그 흐름들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서론인 1부 `통찰을 위한 시간`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이 책의 제목이 `늦어서 고마워`가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론인 2부 `가속의 시대`에서는 급변의 물살을 타고 있는 세계를 분석하고, 3부 `혁신의 시대`에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결론인 4부 `신뢰의 닻`에서는 더 창조적이고 생산적으로 번영할 대안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리드먼은 책에서 상대가 약속에 늦는 바람에 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잠시 멈춰서,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 또한 그 에피소드에서 나온 것이다. `늦어서 고맙다`는 제목은 잠시 늦어지더라도 모든 것을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를 뒤바꾸고 있는 거대한 힘을 `컴퓨팅 기술`, `세계화`, `기후 변화` 3가지로 꼽고, 2부에서 그 변화의 양상을 살핀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마치 급류에서 계속 노를 저으며 물결을 타는 것처럼, 변화를 관리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 원리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과 세계화, 환경 변화만큼 빠른 속도로 노를 젓는 것, 즉 `역동적 안정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역동적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것은 바로 `기술 외의 모든 일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혁신을 이뤄야 할 대상으로 정부와 기업, 한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 전부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가속의 시대에 걸맞은 일터와 정치, 지정학, 윤리, 공동체를 다시 상상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 토머스 프리드먼
▲ 토머스 프리드먼
먼저, 일터에서는 인간이 정확히 무엇을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무엇을 기계와 `함께` 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정치 영역에서는 냉전 시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전통적인 좌파-우파 정당 체제를 사회적 복원력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는 약한 나라는 절벽으로 내몰고 강한 나라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세계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관리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도덕의 혁신도 필요하다. 개인의 힘과 기계의 힘이 너무나 커지는 바람에 인류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순간에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가치를 모두에게 확산시킬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 다양한 인구 구성을 촉진하고 정착시키며 더 건강한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고 평생학습 기회를 만들며, 정부-민간의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4부 `신뢰의 닻`을 통해서 실제로 그 같은 정치가 이뤄지고 있는 자신의 고향, 미네소타를 보여주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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