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
윤인모 지음
판미동 펴냄·정신과학

우울증, 정서불안, 강박증, 콤플렉스, 공황장애 등 일상에서 크고 작은 정신적 좌절을 겪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읽고, 심리 치유의 차원이 아닌, 몸, 마음, 감정의 성장이라는 통합적 차원에서 인간을 통찰하는 `트라우마 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판미동)가 출간됐다.

심리상담 센터의 심리 치유나 현대 의학의 약물 치료로 해결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고통을 오랫동안 치유해 온 저자 윤인모씨가 이론이나 방법론 위주가 아닌 직접 경험한 임상사례들을 생생한 필치로 담았다. 저자는 내담자들의 무의식 풍경과 에너지 상태를 읽고, 그들이 살아온 삶을 반추하며 그 고통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밝혀 나간다. 몸을 잘 정립하고,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치유하며, 갇혀 있는 의식을 확장하도록 궁극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인간의 무의식 풍경과 에너지 상태를 읽는 치유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담겨 있다.

남자 친구를 같은 무용단 단원인 친구에게 잃은 뒤로 두 눈이 부풀어 오른다고 여기는 여자 무용수, 아내와의 불화로 내적 공허와 열정 부족에 시달리며 스스로 고아라고 여기고 사는 중견 제조업체 사장. 폭력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사회관계에서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결혼 뒤에도 `심약하고 불안한 아내`와 `현명하고 명랑한 아내`사이에서 갈등하다 정신분열에 걸린 주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틱장애와 같은 강박증에 시달리다 삶의 목표를 상실한 청년, 지나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계속 외면하다가 공황장애에 걸려 매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는 여대생, 동물·아기·승려 등 다양한 의식의 스펙트럼을 지닌 분열증형 성격장애 환자….

그들은 특수한 병을 앓고 있는 희귀한 사례가 아닌, 다양한 트라우마와 크고 작은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저자는 이들의 무의식 풍경을 영화처럼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겪는 단절감과 소외감, 불안과 공포, 허무와 절망감 등을 생생히 느끼고 함께 아파한다. 현대인들이 신체적 증상으로 자각하는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많은 증상들이 전생과 현생을 통해 얻은, 무의식에 아로새겨진 상처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마음의 질병이나 왜곡 등 부정적인 상태를 “확정적인 질환의 문제가 아니라 부정적인 에너지의 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곧 완전한 치유를 위해서는 지식이나 이론을 터득하거나 마음의 위로를 받거나 종교적 신념을 갖거나 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내담자 안에 갇혀 있는 불필요한 생체 에너지나 신경학적 장애물을 제거·배출하거나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치유가 아닌 성장을 목적으로 하여, 한 인간의 의식과 생명 에너지 단위가 높아질 때 치유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는 언어적 위로로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으며, 약물에 의지해 몸을 피폐하게 하지 않고도, 인간 본연의 생명 에너지를 회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치유법들과 차별화된다.

인간의 무의식 풍경과 에너지 상태,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전생과 현생을 읽는다는 것이 유물론과 실증주의에 입각한 과학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 온 현대인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저자가 밝히듯이 “또 다른 검증과 논의 대상”이 돼야 할 문제이며,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인간이 겪고 있는 원인 불명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 치유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결국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병적 증상에 대한 백화점식 나열도, 고통받는 이들을 현혹하기 위한 신비주의적인 접근도 아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통찰과 그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크고 작은 정신적인 좌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이 책은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그 삶을 되돌아보는 귀중한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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