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원전 싸고 민심만 양분
영덕군, 삽 한 번도 못 뜨고
지원금 455억원 반납할 판
지역단체 “그간 고통 막심 반환 반대 운동에 나설 것”
한울1·2호 예정대로 정지땐 울진군 年 세수 200억 증발

19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탈 원전 선언`후폭풍이 경북에서 거세다.

<관련 기사 5면> 전국 최대의 원전 밀집지인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역대 정부가 지난 35년간 청정지역에 최악의 위험시설을 몰아넣은 뒤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뒤늦게 시행한 지원정책이 겨우 자리를 잡아갈만 하니 백지화할 지경에 왔다며 극심한 배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북은 국내 원전 24기 중 12기가 밀집돼 있고, 향후 8기가 계획돼 있어 그동안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로서 정평이 나 있었다. 여기다 문 대통령이 19일 `국토 면적 등에서 한국이 제1위의 원전 밀집지`라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1위 위험지역`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예고됐던 새 정부의 정책 전환이 예상을 뛰어 넘어 급변하면서 원전 메카를 꿈꿔온 경북도의 정책 변환이 불가피한 가운데 원전 주변 지역주민들도 멘붕상태에 빠졌다.

20일 강석호 국회의원(영양, 영덕, 봉화, 울진)에 따르면 경북에는 월성(경주)과 한울(울진) 1호기가 각각 1982년, 1988년부터 가동돼 현재 운전 중이다. 이 가운데 울진군의 경우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지역발전 지원사업 요구가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1999년에서야 협상이 시작돼 이른바 `8개 대안 사업`이 무려 16년만인 2015년 합의되기에 이르러 2천800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정부 발표로 한울원전 1·2호기가 오는 2027년과 2028년 예정된 설계수명 대로 정지되면 연간 200억여원의 한국수력원자력 세수를 잃게 된다. 한울원전은 지난해 각종 지원금을 뺀 순수세금으로 자원시설세, 개발세 690억여원을 울진군에 납부했다.

그동안 천지원전 건설을 놓고 지역 민심이 극심한 찬반 갈등을 겪었던 영덕군은 삽 한번 못 뜬 채 받은 지원금마저 되돌려줄 지경에 처했다.

영덕군에는 그동안 자율유치가산금 380억원과 상생지원금 100억원의 잔여금 85억원을 포함해 465억원이 반납될 위기에 처했다.

원전 예정구역인 석리마을 주민들도 술렁이고 있다.

석리주민생존대책위원인 A씨(57)는 “그간 천지원전 건설에 대해 정부 입장만 있었지 원전지정구역 내 주민 입장은 묵살 당해 왔다”며 “투기를 노린 외지인은 발 빠르게 보상 받았지만, 눈치 보다가 보상을 신청하지 않은 주민만 손해를 보는 꼴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 매입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18%인 58만7천295㎡를 사들였다.

영덕의 한 사회단체 임원 B씨(49)는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유치지원금 380억원을 그대로 반납할 경우 영덕군이 6년 동안 원전건설지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민 간 갈등을 비롯해 그간의 고통은 어디서 보상받느냐”면서 “군민들의 반발 여론을 모아 국가 경쟁력과 지역발전을 미끼로 단물만 빨아먹은 정부에 대해 원전 지원금 반환 반대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덕군도 19일 긴급 대책회의를 연 이후 사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20일 “아직 구체적인 정부 후속 대책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지만 군민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향을 정해 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동안 `원전클러스터`정책 구상을 주도해온 경북도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원전 보상은 한수원이 땅을 직접 매입해 왔고, 원전 관련 주요 권한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갖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원전지역 보상문제 등에 있어서는 경북도가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방안이 없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당 시군 및 한수원 등과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창훈·주헌석·이동구 기자

    이창훈·주헌석·이동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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