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이란정영효 지음난다 펴냄·산문집

정영효 시인의 산문집 `때가 되면 이란`(난다)은 난다 출판사가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시작된`걸어본다`열세번째 책으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떠났다.

정영효 시인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참여 작가로 선정돼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테헤란에 머무는 동안 쓴 글들을 엮었다.

다른 나라, 그것도 한 도시에서 세 달 동안 지내는 일은 꽤 흥미로운 사건이다. 테헤란에서의 `생활` 혹은 `여행`. 그 사이에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이 내용의 큰 줄기를 차지한다. 이란과 테헤란의 종교·정치적 상황에 대한 내용도 그 안에 담겨 있다.

각각의 장은 테헤란에서 마주친 `사물`중심으로 구성됐다. 사물은 낯선 환경과 문화를 마주했을 때 가장 빠르게 그 `낯섦`을 확인해준다. 또 일상과 역사를 요약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테헤란이란 도시를 한꺼번에 바라보기보다는 천천히 바라보기 위해 정영효 시인은 사물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대상이 된 사물들은 테헤란에만 있는 것들은 아니다. 테헤란은 이란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이란 전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에 등장하는 사물과 거기서 비롯된 생각은 테헤란뿐 아니라 이란에 대한 내용까지 뻗어나간다.

여행지의 사람과 사물과 풍경은 그곳의 분위기와 맞닿으며 고유한 대상으로 자리한다. 매일 지나치는 거리와 건물. 낯선 물건과 음식.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규율.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이념. 테헤란과 밀착된 이런 것들이 그를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끌어냈다.

여행과 산문이 서로 힘을 보태어 나온, 여행과 산문이 적당한 거리로 서로를 교환하면서 탄생한 이 책을 통해 이란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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