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우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병원사목부장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만남을 통해 원목사제로서 배우고 얻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께서 말씀하시는 고통의 여정이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안타깝게 다가오면서 지금의 내 삶에 대한 성찰과 하느님의 따스한 손길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투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프고, 힘겨운 나날들이지만 그분들과 함께 아파하시고 고통을 겪고 계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대면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체험 가운데에서 저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었던 하나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A씨는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결혼을 준비를 하던 중, 몸에 이상이 생겨서 검사를 했는데 자궁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A씨는 물론, 함께 할 배우자 D씨 또한 너무나 큰 충격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엄청난 시련에 힘이 들었지만 현실은 그들의 시간과 마음을 더욱더 조급하게 만들었습니다. 00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고 눈물로써 서로를 위로하던 가운데, 결혼식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마음을 원목사제인 제게 전화로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남편 될 사람의 이야기인즉슨, 처음에는 아내인 환자분이 결혼식 하는 것을 심하게 반대했지만, 남편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혼식을 하기로 했으니 주례를 부탁한다고…. 안타까운 마음과 애절함이 목소리에 담겨있어서, 다음날 호스피스 병실에서 혼배를 갖기로 하였습니다. 사제로 살면서 성당에서 숱하게 혼배 주례를 해왔지만 병원에서, 그것도 호스피스 병실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양가 부모님들, 지인들, 증인들, 원목 수녀님, 호스피스 팀장이 작은 병실을 가득 메운 채 혼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병실 안은 엄숙함과 더불어 비통함으로 그야말로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저 또한 신랑 신부가 반지를 교환하고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합니다”라는 사제의 기도를 목이 메여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반복을 하였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새 신부인 환자는 “행복해요…. 그런데 신부님, 우리 오빠가 너무 불쌍해요”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주위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두 분의 결혼식을 주례하면서 문득 어느 노래 가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행복이란 저 멀리 어디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나와 네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 자매는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귀한 배우자와 가족들을 위하여 하느님 품에서 기도하고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아름다운 두 분의 사랑이 지금도 제가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아름다운 기도가 되어 제 마음 안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한가지입니다. 지금 행복하세요. 더 있다가는 늦어요. 지금 고백하세요.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