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生
김주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장편소설

김주영 작가가 2013년 대하소설 `객주`(전 10권) 완간 이후 처음으로 신작 장편소설 `뜻밖의 生`(문학동네)을 출간했다.

올해로 등단 47년, 여든을 목전에 둔 일흔아홉이라는 나이에도 작가는 끝까지 펜을 놓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고향 청송에 내려가 집필에 몰두해 새 소설을 내놓았다. 한 사람의 일생을 유년부터 노년의 시간까지 그려낸 `뜻밖의 生`은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노장만이 쓸 수 있는 삶의 혜안이 담긴 소설이다.

삶의 예측 불허함, 행복의 본질, 세계에 내재된 아이러니를 천부적인 이야기꾼 김주영답게 강렬한 서사로 풀어냈다. 작가는 한 인간이 생을 살아내며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도,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도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통해 삶의 본질과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뜻밖의 生`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매일 연재한 작품이다.

항구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는 노인 박호구는 한밤중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 여인 최윤서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남장을 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하는 그녀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 투명한 말로 노인의 마음을 연다. 노인은 그녀와 대화하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기 시작한다.

`뜻밖의 生`은 두 시점을 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하나는 노인이 된 박호구, 또하나는 소년 박호구이다. 소년 박호구는 도박판에 목숨을 거는 타짜 아버지와 무당을 신봉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그 어떤 따뜻한 손길 한번 받지 못한 채 자라난다. 어린 박호구는 친구들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하며 관심의 허기를 달랜다. 그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그런 박호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존재는 옆집에 사는 젊은 여인 단심이네다. 음악을 하겠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진 남편을 기다리며 병든 시아버지를 보필하고 있는 그녀는 외로운 박호구에게 한 줄기 빛이 돼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사라진 남편을 찾아 마을을 떠난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은 소년은 어머니의 마음을 무당에게서 자신으로 돌리기 위해 굿판에 불 붙은 쥐를 풀었다가 어머니와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겪게 된다. 결국 그는 어린 나이에 고향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소년 박호구는 막막하고 험난하며, 기묘한 인연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 김주영 작가
▲ 김주영 작가

한편 노인 박호구는 매일 밤 포구의 화롯가에 앉아 온기를 나누며 조금씩 그녀와 가까워지고, 떠돌이 매춘부인 그녀는 차츰 노인에게 마음을 연다. 그들은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외로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뜻밖의 生`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한 소년의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다. 박호구는 뜻하지 않게 마주치는 사건들 속에서 인생을 배워나간다. 우연히 조우하는 생의 민낯은 때로 잔인하지만 거기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 그 우연하고 뜻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는 불행도 행복도 있다. 그리고 이별도 있고 새로운 만남도 있다. 소설은 가장 불행한 순간에 오히려 행복을 맛볼 수 있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불행을 맛볼 수도 있는 게 바로 인생이라고 말한다. 행복과 불행은 분리돼 있지 않으며, 어쩌면 그것은 전적으로 삶을 겪는 이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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