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귀환
서동욱·진태원 엮음
민음사 펴냄·인문

스피노자는(1632~1677)는 18세기 계몽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서구 최초의 근대적인 철학자다.

철학과 정치학의 통섭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에 전력투구했던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훌륭한 삶, 행복한 삶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물질적 풍요에도 인간의 삶이 비참함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무지와 망상, 분노와 증오, 갈망과 탐욕, 시기와 질투, 교만과 불신 등에 사로잡혀 존재의 본질을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따라서 그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구명해 감정에 발목 잡힌 인간의 삶을 구하고 권력에 대항하는 철학을 통해`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피노자는 300여 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지만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과 우리 주변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자연이라는 유일한 진리, 오직 진리만을 추구하는 올곧음에서 우러나오는 삶에의 긍정은 우리 시대에도 놀라움과 경이로 다가온다.

`스피노자의 귀환`(민음사)은 현대철학과 스피노자의 긴밀한 관계를 추적하며 그의 눈부신 사유를 펼쳐 놓았다.

프랑스 현대철학과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치밀한 연구로 널리 알려진 서동욱과 진태원의 기획 아래 백승영, 김은주, 김문수, 서동욱, 진태원, 박기순, 진태원, 조정환, 최원 등 국내 정상의 철학 연구자 8인이 공동 저자다.

이 책은 현대철학의 여명기에 선 세 사상가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에서 시작한다. 1부에서는 서구의 전통적 가치를 전복한 니체, 무의식을 발견한 프로이트, 정서가 가지는 근본적 의미를 간파한 하이데거 철학 속에서 스피노자의 흔적을 추적함으로써 어떻게 스피노자가 현대철학을 미리 달성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낸다.

2부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인 라캉, 들뢰즈, 푸코, 바디우의 쇄신에 개입한 스피노자를 보여준다. 스피노자와 마주쳤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을 감당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주체 이론을 전개한 라캉, 초월적인 절대자를 제거한 스피노자적 내재성의 바탕 위에서 존재론을 구축한 들뢰즈, 스피노자의 이름을 내세운 연구를 수행하지는 않았으나 스피노자와 동일하게 실체성보다 관계의 관점에서 개체와 권력을 조망한 푸코, 스피노자가 명시적으로 말한 것 배후에 숨겨진 층으로부터 철학적 영감을 길어 낸 바디우를 탐구한다.

3부는 현대의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 철학과 스피노자의 마주침을 다룬다. 스피노자의 인간학을 배경으로 이데올로기론을 구축한 알튀세르, 유물론으로서 스피노자 철학이 발휘하는 정치적 힘을 다각도에서 탐구한 네그리, 스피노자에게서 자연학적·정치학적 아포리아를 발견하고, 이것을 예속에서 해방으로의 이행에 자리 잡은 불가결한 요소로 부각한 발리바르를 살펴본다.

4부는 현대 스피노자 연구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두 철학자 피에르 프랑수아 모로 그리고 앙드레 토젤이 각자 수행한 두 편의 대담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 두 학자는 스피노자가 어떻게 현대의 연구 토양으로 귀환했는지, 그리고 스피노자가 스며든 그 토양 속에서 어떤 문제들과 더불어 현대철학이 성장했는지를 세밀하고도 넓게 그려 보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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