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황해사 주지 도원 스님
“남에게 베푸는 삶 살아야”
부처님 오신 날 의미 새겨

▲ 천태종 포항 황해사 주지 도원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모든 시민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희망이 넘치고 저마다의 마음에 따뜻한 평화가 깃들기를 축원했다. /황해사 제공

불자들에게 있어 `부처님 오신 날`(석가탄신일)은 가장 큰 명절이다. 석가모니가 번뇌를 끊는 지혜를 깨우쳐주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온 것을 기뻐하며 절마다 잔치를 펼친다.

경북 포항시 북구 양학로126번길, 도심 속에 위치한 대한불교 천태종 황해사.

전국 최초의 관세음보살 33응신 시현 사찰인 황해사는 올해 창건 47주년을 맞은 유서깊은 사찰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황해사도 연등을 달고 관불식(灌佛式·아기부처를 목욕시키는 의식)에 쓸 탄생불을 마련하는 등 기념법회를 준비하는가 하면 시민들을 초청해 펼치는 전야축제와 포항불교사암연합회의 제등행렬에 참여할 신도들도 챙기고 있다.

“석가모니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인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축복”이라면서 석가탄신일을 맞는 기쁨을 전했다. `웃음을 나눠주는 부처` 포대화상(布袋和尙)의 웃는 얼굴을 닮은 푸근한 웃음이 인상적인 이 사찰의 주지 도원 스님은 인터뷰에 응했다.

“부처님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광명을 주려고 왔습니다. 광명은 빛입니다. 빛은 밝고 훤합니다. 곧 희망을 뜻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번뇌하고 걱정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과감하게 떨쳐내는 용기와 지혜를 깨우쳐야 합니다. 그것이 수행이지요.”

도원 스님은 희망을 잃지 말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반드시 빛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종교란 시대의 가치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대사회의 종교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과 기대에 수수방관 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지요. 특히 사회 환원의 문제는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그 양상이 바껴져 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현대화 될수록 사회에서의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더욱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님의 법을 베풀고 자비를 베풀고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베푸는 것을 넘어 현대인들의 건강, 행복, 평화에 이르기 위한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가 시민들에게 이같은 사회적 프레임을 세워주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의 법문이 이어진다. “늘 마음속에 남에게 더 베풀면서 삶을 살아가겠다는 뜻을 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또한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도 꼭 필요합니다. 세상에서는 남긴 업적이 무엇인가, 무엇을 이뤘는가를 중시하지만 노력하고 애쓰는데 뜻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부처님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노력하고 애쓰지 않고는 결코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없는 겁니다.”

도원 스님은 천태종 종의회 의장도 맡고 있다. 올해 취임한 그는 법랍 45년이 넘은 대종사 대열에 들어가는 중장이다. 오랜 수행 끝에 나온 법문이어서인지 감동이 더해졌다.

스님은 “지구촌에 분쟁이 끊이지 않지만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평등과 평화, 자유입니다. 성스러운 종교의 힘을 빌려 악용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사랑과 자비뿐입니다.”

종교가 주는 힘은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온 세계보다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며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해주고 뭔가 광명된 사람을 얻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가운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어떤 종교에 심취하게 되면 괴로움, 고통이 없어지죠. 고통에서 해방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그야말로 평화, 평등, 자유가 아닐까요.”

그래서 그는 자신이 주지를 맡고 있는 황해사에 시민 누구나 명상, 참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작은`욕심`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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