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권공동체를 찾아서백태웅 지음창비 펴냄·사회

`아시아 인권공동체를 찾아서: 지역 인권체제의 발전과 전망`(창비)은 오늘날 아시아의 지역통합이라는 흐름을 염두에 두고, 지난 수십년간 변화해온 아시아 인권체제를 규범·기구·이행이라는 세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아시아 전역을 포괄하는 인권체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치밀하게 타진한다.

저자 백태웅 하와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1980년대 이른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옥고를 치렀던 한국 민주화운동의 기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인권법을 연구하는 학자가 돼 현재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회운동가로서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인권법학자로서의 역량을 결합해 쌓아올린”(조효제)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 세계 여느 지역에 비해 뒤처진 아시아 인권법에 대한 문제의식의 시발점이 됐다.

이 책은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23개국(남한·북한·중국·일본·몽골·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버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동티모르·베트남·방글라데시·부탄·인도·몰디브·네팔·파키스탄·스리랑카)을 중심으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이런 의문들에 하나씩 답하면서 아시아 지역 인권체제의 발전을 전망한다.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담당할 역할과 위상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인권체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는 지역 인권체제가 자리 잡지 않아 역내 민주주의·평화·안정·번영에 지장이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아시아의 이러한 예외적 지체성을 정면으로 다룬다. 아시아에 잠재한 인권체제 현실을 짚어내는 한편, 이것이 가시적으로 발전할 조건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사회운동가로서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인권법학자로서의 역량을 결합해 쌓아올린 아시아 인권체제 구축이라는 입론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민중에게 소중한 지적·실천적 자산이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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