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4부리그 5전 전승 우승
다음 대회 디비전 1 그룹 B로 승급

▲ 8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시상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걸음마 단계였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이제 평창올림픽을 향해 스프린터처럼 쾌속 질주를 펼치고 있다.

새러 머리(29·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에서 폐막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대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네덜란드, 영국, 북한, 슬로베니아, 호주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우승팀인 한국은 다음 세계선수권에서는 한 단계 높은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에서 뛰게 됐다. 세계 랭킹 23위인 한국이 이제 15~20위권 그룹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1998년 5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처음으로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정규 팀(실업, 대학, 고등, 중등, 초등)이 단 하나도 창설되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를 통해 진학과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무관심 속에서 젊음을 빙판 위에서 불사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그러한 한계를 딛고 빠르게 성장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하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우수 선수까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2013년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적극적인 지원까지 뒤따랐다. 지금과 같은 장기간 해외 전지훈련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참가 6개국 중 가장 많은 21점을 득점하면서도 실점은 3점으로 가장 적었다.

강팀의 기본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파워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성공률에서도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은 27번의 파워플레이 중 9번을 득점으로 연결해 성공률 33.33%를 기록했다. 보통 파워 플레이에서 골을 넣는 성공률이 25%를 넘어서면 굉장히 뛰어난 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성공률은 놀라울 정도다.

파워플레이 성공률에서 2위인 영국(13.64%)보다 2배 이상이다.

수비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은 한 명이 페널티로 빠진 페널티 킬을 13번 허용했지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페널티 킬 무실점은 한국이 유일하다.

골리의 세이브 성공률 역시 95.95%로 1위였다.

한국은 에이스 박종아(21)가 4골 6어시스트로 포인트(골+어시스트)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종아는 득점 부문에서도 한수진(30·4골)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박종아와 한수진의 콤비 플레이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보여준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2001년생 3인방인 김희원, 엄수연, 이은지(이상 16)는 돌아가면서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꼽힐 정도로 누나들을 긴장시키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들 3명에게 이번 대회가 불과 2번째 출전하는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이들이 보여준 성장세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캐나다 교포 공격수 대넬 임(24·한국명 임진경),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랜디 희수 그리핀(29), 입양아 출신인 박윤정(25·미국명 마리사 브랜트)은 대표팀 공식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경기장인 강릉 하키센터와 관동 하키센터를 미리 경험한 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남북 대결`을 통해 많은 관중 앞에서 긴장되는 경기를 펼친 것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머리 감독은 이번 세계선수권 전승 우승에 대해 “경이적인 결과”라고 평한 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은 9월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 현지 대학 1부리그 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에 앞서 8월에는 프랑스(세계 랭킹 12위), 스위스(6위)와 친선경기를 통해 세계적인 강팀들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