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뜻글자-설문한자(說文漢字) 정준관 지음현우사 펴냄·인문

“그동안 우리는 한자가 획수가 복잡해 쓰고 익히기가 어려운 뜻글자임에도 왜 이러한 뜻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단순하게 음훈(音訓)만을 익혀왔던 것이 사실이죠. 뜻 글자에서 뜻(訓)을 일으키는 부수와 뜻을 맺어주는 다른 부수나 쪽자를 알지 못하고서 글자를 막연하게 익힌다는 것은 다양한 부호를 억지 주입식으로 암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글자가 어렵게 느껴지고 또한 쉬이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한문학자도 아닌 일반 시민이,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한자(漢字)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을 펴냈다.

포항시에 거주하는 정준관(69)씨가 주인공이다.

어릴 적부터 한자 공부를 좋아했다는 정씨는 “아내가 초등학생 방과후 한자를 지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한자를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면서 “어린이들이 한자를 쉽게 익히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뜻풀이를 시작, 20여 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이 책을 탈고(脫稿)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평소 연구해보고 싶었던 한자의 생성과정을 알기 위해 5만1천800자의 음훈을 적어놓은 명문 한한대자전을 외우다시피 했다”면서 “그 많은 한자를 습득하고 그 구성을 연구하면서 모든 한자는 글자 자체에 뜻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의 한자 교습서로 애용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씨가 쓴 책 `부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뜻글자-설문한자(說文漢字)`에는 한자의 바탕 구실을 하는 부수(部首) 214자를 암기할 수 있도록 엮어 놓은 `암기용 부수`와 `한자 3천725자의 풀이`가 담겨 있다. 포항항도중학교 미술중점반 학생들이 그린 삽화와 함께 풀어놓은 한자 풀이는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특히 `한자는 부수에서 출발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암기용 부수는 저자가 나름대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자원과 그 쓰임을 획수에 따라 설명하고 그와 결합을 이룬 글자도 소개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 정준관씨
▲ 정준관씨

또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람의 시선으로, 뜻글자이지만 뜻을 담아두게 된 연유(緣由)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한자를 저자 나름대로 연구하고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뜻을 풀이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주위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篤`(돈독할 독)은 대나무(竹) 말(馬), 곧 죽마(竹馬 → 대나무로 만든 놀이용 말)를 함께 타고 놀던 어린 시절의 우정(友情)은 순진하고도 도탑다는 데서 `도탑다, 순진하다`는 뜻을 취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정씨는 “한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한자를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않아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내가 발견한 것을 널리 알릴 수 있기에 보람이 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이웃 아이에게 내가 연구한 부수 214자 암기법을 알려주니 금새 외우더라”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펴낸 `설문한자`를 통해 한자를 쉽게 이해하고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자는 글자마다 뜻을 담아둔 연유나 배경이 천차만별이다. 어느 한 글자를 뜻풀이 했을 때 그 글자와 연관된 글자도 같은 맥락으로 뜻풀이가 돼 있어야 올바른 뜻풀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정준관씨가 이번에 펴낸 `설문한자`를 다양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거리를 엮어 놓은 교양서처럼 읽는다면 세상 물정(物情)과 글자를 동시에 터득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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