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현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시몬 베드로와 몇몇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호숫가에 나타나셨을 때 제자들은 배를 타고 손에 그물을 잡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미 사람 낚는 어부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버렸던 그물과 배를 다시 붙들고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주님의 마음은 과연 어떠셨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도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 새롭게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제자들처럼 그물과 배를 버립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어느새 다시 그것들을 잡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마음과 새 정신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옛 사람으로 돌아가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인간의 나약함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재차 삼차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우리가 새 사람으로 살도록, 주님께 불림 받은 빛의 자녀로 살도록 계속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은 다시 사람 낚는 어부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의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진정 세상의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은 주님이라는 사실을 제자들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가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도 제자들처럼 세상의 것을 추구하기보다 세상의 것을 주시는 주님을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사실을 제자들에게 확인시켜 주시면서 다시금 그들이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형제 여러분!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버렸던 그물과 배를 다시 붙들고 있는 제자들처럼 혹시 나도 주님을 따르기 위해 버렸던 그물과 배를 다시 손에 쥐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렇더라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부활은 다시 새롭게 사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다시 새롭게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낡은 모습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으로 새롭게 주님 말씀대로 살아가라고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오늘부터 다시 새롭게 살아가기를 결심하고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부활을 체험한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