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류소설가 김살로메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 출간
“배경은 사회 주변부라 할 수 없으나 그 삶은 주변부인…”
우리 사회저변의 다양한 인간상·개개인 내면 생생히 조명

▲ 소설가 김살로메

“이 소설집을 계기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소설이 오는 대로 받아 적기로 한다. 소설이란 살아내는 사람의 자연스런 방식 안에서 말해지는 거니까.”- 김살로메 소설집`라요하네의 우산`저자의 말 중

포항지역 여류 소설가 김살로메씨가 등단 12년만에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문학의문학)을 펴냈다.

`라요하네의 우산`에는 표제작 `라요하네의 우산`을 비롯해 `암흑식당`, `누가 빈지를 잠갔나``강 건너 데이지` 등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이 일정한 성취를 이루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섬세한 미문 대신 투박하고도 중성적인 문체로 사회 저변의 다양한 인간상과 관계성, 그리고 개개인의 내면을 다채롭고도 풍요롭게 조명해나간다.

세련되고 인공적인 미학이 주조를 이루는 있는 한국단편소설의 조류에서 비켜나 돌밭 길을 가는 듯한 그녀의 소설은 인간 존재의 복합성에 대해 불편할 정도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소설에서 요구하는 진정한 윤리성과 건강함을 획득하고 있다. 소재에서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영역의 폭이 넓고, 대상을 보는 시선도 거리두기 식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객관성은 냉혹하기보다는 심장의 피가 도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읽다 보면 이런 재미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 한 번쯤은 찾아오는 소설들이다.

김씨가 그리는 인물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의 주변인들이자 삶의 저변을 이루는 인간들이다. 작품에 뚜렷이 드러나는 대로 꼽아 보더라도, 알비노증이 있는 약사, 무력한 대학의 시간강사, 영세기업 사장과 직원, 혼자 사는 한지인형 제작자, 불륜에 빠져 있는 간호사, 살인을 주도한 무기수, 매춘을 겸하는 텔레마케터, 시대착오적인 가부장, 불법 의료장, 가난한 영세 상인이나 과외교사,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병행하는 고학생, 성폭행범, 시메트리 증후군 환자, 삼류 시인 등이 줄을 잇는다. 이들의 삶은 생물학적인 본성과 경제적인 유인에 크게 휘둘리고 있으며, 그런 만큼 삶의 비속함과 적나라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품이 재현하는 현실 또한 풍성한 양상을 보인다. 아마추어 독립영화 모임이나, 장애인 단체, 결손 가정 및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사회 교육기관, 북한을 탈출해 나온 새터민 단체, 지방의 문인 모임 등에서, 텔레폰 클럽이나 암흑식당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들이 망라돼 있다. 이들이 대체로 사회의 이면이나 기층에 해당함은 물론인데, 바로 이렇게 사회의 저변을 두루 형상화하는 것이`라요하네의 우산`의 특징이다.

 

▲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
▲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

박상준 문학평론가(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라요하네의 우산`은 우리들이 흔히 보는 삶의 현장, 공적으로 이야기되는 사회상과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는 장을 찾아내어,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등장시키고 있다”면서 “배경 자체가 전적으로 사회의 주변부라 할 수는 없어도 인물들의 삶을 보면 주변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들에 시선을 주어 작품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그 결과 `라요하네의 우산`을 통해 작가가 축조해 낸 것은 우리 사회의 비루한 삶들이 빚어내는 판타스마고리아(fantasmagoria) 곧, 환영과도 같은 변화무쌍한 광경”이라고 작품 해설에 적었다.

김살로메 작가는 안동 출신으로 경북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폭설`이 당선돼 등단했다.

한편 김살로메 작가는 18일 오후 6시 30분 포항 티파니웨딩홀 3층 티파니홀에서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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