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전집이상섭 번역문학과지성사 펴냄

시대를 초월한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서거 400주년에 맞춰 문학과지성사에서 `셰익스피어 전집`을 출간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셰익스피어 전집`은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권의 단행본 형태로 출간됐지만, 셰익스피어의 `모든`작품이 수록된 전집은 이 책이 처음이다. 더욱이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단 한 권에 담고 있다(1천808쪽).

이 방대한 양의 책을 번역한 이상섭(79) 연세대 명예교수는 서양에서 가장 최근에(1990년대) 집단적으로 연구된 성과를 집적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옥스퍼드 판 셰익스피어 전집`을 저본으로 삼았는데, 그 판본 연구가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서 `무대 상연`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한 이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의 대부분이`5개의 약세 음절과 5개의 강세 음절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셰익스피어는 모든 작품을 운문으로 썼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이 교수는 영어와 한국어가 언어 체계는 다르지만 모든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운율`을 살려 우리말의 `운문`(4.4조와 7.5조 형식의 변형)으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고 그 취지와 성격을 밝힌다.

이 책의 번역은 학술적 의미보다는 우리말의 입말로 잘 읽히는 것에 무게중심을 뒀고 실제 공연의 대사로 활용하기에 알맞게 하려고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각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의 역사·문화·신화·언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거의 매 쪽마다 상당량의 친절한 `주석`(각주)을 꼼꼼히 달았으며, 우리말로 옮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원문인`영어식 말장난들`에 대해서는 원문의 상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 문화에 어울리는 적절한 우리말로 치환함으로써 옮긴이로서의 재치를 한껏 보여준다. 이 교수는 정년퇴임 후 이 `셰익스피어 전집`을 번역하기 위해 자신의 노년 중 꼬박 10년의 세월을 바쳤다.

한편 그의 동료 극작가였던 벤 존슨가 말했듯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였던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시적 상상력과 인간성의 안팎을 넓고 깊게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보여줬다.

그의 희곡은 그때까지의 중세 연극의 평면적이고 진부한 캐릭터가 아니라, 햄릿, 맥베스, 폴스타프 등과 같은 사실적이고 양면성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그 전위성에 당대에서부터 찬사를 받는다. 그의 작품 속의 허구가 현실 속의 사실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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