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형이상학
알랭 바디우 지음
민음사 펴냄·철학

현대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행복의 형이상학`(민음사)이 출간됐다.

행복을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만족과 체념을 설파하는 행복론의 홍수 사이에서 바디우가 펼치는 혁신적 행복론이다. 침울한 일상 속에서 빛나는 삶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행복을 선택하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행복이란, 주체로 서는 것이다. 지금 이곳 열정과 분노로 가득한 광장에서, 다시는 이전과 같은 세계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새로운 행복의 정체가 밝혀진다.

언제나 한 편의 시, 두 사람의 사랑, 배움의 기쁨, 거리의 시위와 같은 `가까운` 영역에서 진리를 발견해 온 바디우는 사뮈엘 베케트의 시에서 출발한다.

“짐승의 썩은 고기 조각 하나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뭐 입맛만 다실 수밖에. 아니.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이 공백을 열망할 시간. 행복을 알아 갈 시간.”

바디우는 말한다. 행복이란 만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상적 만족을 주는 자잘한 보상들, 훌륭한 직업, 적당한 보수, 무쇠 같은 건강, 명랑한 부부 관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휴가, 유쾌한 친구들, 잘 갖춰진 집, 쾌적한 자동차….”로 이어지는 “평온한 삶”의 목록은 행복과 무관하다. 세계는 기존의 세계 그대로 굴러가기 위해서 기존의 만족에 머무르도록 사람들을 길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욕구와 충족의 끝없는 연쇄에서 벗어나 삶다운 삶, 참된 삶을 추구할 능력이 있다. 그리고 참된 삶을 추구하는 도정을 증명하는 표지가 바로 행복이다. 바디우에 따르면 이렇듯 참(Vrai), 참된 삶(la vraie vie) 그리고 행복 사이의 논리적 필연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철학 고유의 욕망이다. “요컨대 모든 철학은 행복의 형이상학이다.”

`행복의 형이상학`은 주저인 `존재와 사건`3부작의 마지막 권`진리들의 내재성`(미출간)으로 가는 여정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의 근본적인 위상을 사유하기에 이른 바디우를 보여 준다. 일찍이 랭보가 “진정한 삶이란 없다.”(`지옥에서 보낸 한철`)라고 읊었던 근대 이후, 숱한 사람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숙명과 출구 없는 산문적 현실, 급진적 변화가 차단된 역사에 대해 서술했다. `진정한 삶`, `참된 삶`, `진짜 행복`이라는 말이 조소를 사는 이러한 시대에, 바디우는 우리 모두가 침울한 삶을 빛나는 삶으로 바꾸는 주체로 설 때 행복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이 시대의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급진적인 행동가 바디우는 `진리`와 `주체`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디우의 행보는 철학사상으로는 허무주의로 귀결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고, 역사적으로는 더 이상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해진 세계에서 실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철학에 혁신을 요구하며, 누구나 가담할 수 있는 예술, 사랑, 학문, 정치라는 네 영역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바디우는 이번에도 학자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사고의 자극과 활발한 논쟁을 예비한다.

나의 문제를 남에게 떠맡기거나, 자포자기하며 축소되지 않고 스스로 진리의 주체로 일어서기를 촉구하는 바디우는 그러한 과정에서 지극한 행복이 온다고 말한다.

“참된 이념의 명령 아래 걸어갈 때 우리는 행복이라는 목적지로 향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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