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세월호 참사를 겪기 전에도 `나꼼수`라는 프로를 즐겨 들었다.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같은 분들이 하던 것으로, 이들의 정의감과 용기, 끈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사흘 후에야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팟캐스트의 존재가 절실해졌다. 어떤 기성방송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MBC는 말할 것도 없고, SBS도, KBS도 권력이 주는 것, 하라 하는 것만 말하고 보여 주었다.

그 무렵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세 분은 함께 하는 데서 분화하여 각자 다른 팟캐스트를 운영했다. 주진우 기자도 시도를 했지만 취재 능력에 비해 언변이 어눌해서 그런지 상위 링크에 오르지 못했다. 아마 취재에도 분주해서 그럴 것이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뉴스공장, 정봉주의 전국구, 김용민 브리핑은 지금 매주 1위에서 5위 안에 드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비판적 지식인, 청년층, 야당 지지자, 이른바 진보파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당연한 현상이다. 이들은 언론이 질식해 있고 지식인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을 때 희생되기를 각오하고 `사내`답게 싸웠다. 그들은 또 지략을 가졌다. 무턱대고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게 아니요, 찾고 모으고 따지고 추리하고 판단하고 종합해서 사태의 전모를 밝혀 목하 우리 앞에 군림하고 있는 `비정상`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싸웠다.

멋진 일이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서 그 모든 일을 한 것이다. 항간에, 특히 합리적이라고, 균형 잡혀 있다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고, 유언비어와 마타도어, 억설과 음모에 쉽게 휘말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신하는 분들이 팟캐스트를 타매하고 조롱거리로 삼는 것을 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그 진실을 추적하는데 어느 매체보다 기여한 팟캐스트가 둘 있다. 하나는 `김어준의 파파이스`, 다른 하나는 `새가 날아든다`.

이 두 방송 아닌 방송은 세월호 참사가 종편을 포함한 기성 언론이 앵무새처럼 떠벌이는 것과는 전혀 다름을 무려 2년 하고도 6개월에 걸쳐 계속해서 따져 나갔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이상 징후와 증거를 수집, 분석하고,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따졌다.

`파파이스`와 `새날`은 최근 들어 두각을 보이게 된 손석희씨의 JTBC와 함께 이 숨막히는 시대에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였다. 그들의 살아있는 저항정신이 있어 사람들은 숨통을 겨우 틔워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봄쯤, 특히 4·13 20대 총선을 전후로 해서 이 팟캐스트들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파이스, 전국구, 브리핑, 새날 모두가, 그리고 이에 더하여, 이이제이, 청정구역, 팟짱, 뉴스바, 더비평 같은 팟캐스트 모두가 억압된 시대의 진실의 전달자가 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정치세력과 정치노선의 대변자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유혹한 것도 아니겠지만 마치 그런 보이지 않는 힘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현실정치의 어느 한 편을 `무조건` 지지, 지원하고,`적`은 물론이고 다른 편도 `적`과 다름없는 존재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김어준씨의 정의감이, 정봉주씨의 저항비판이, 김용민씨의 풍자가, 어두운 시대를 견디는 모든 이들을 위한 등불이 되기를 넘어서서 특정 정파를 위한 랜턴이 되고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의 독자적인 판단이 그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그런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목소리 속에 특정 세력을 위한 목소리가 뒤섞여 있는 것은 그들 팟캐스트에 깊은 연대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깊은 어둠이 바야흐로 걷히려 하는 지금, 팟캐스트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섬세한 판단력, 더 큰 시야를 요청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전국구`만 해도 한 달만에 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는 시대다. 이 시대에 팟캐스트는 분명한 `공기`다. 공적인 역할에 어울리는 시각 조정이 필요한 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