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문고민음사세계문학·총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출판사 민음사가 세계 문학 거장 전집에 바탕한 새로운 총서 `쏜살 문고`를 최근 펴냈다.

지난 1998년부터 350여 권에 이르도록 전 세계의 문학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을 정확한 우리말로 소개해 온 `세계 문학 전집` 중에서 끊임없이 사랑받아 온 다섯 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 좀 더 가벼운 가격으로 펴냈다. 한 손에 잡히고 휴대하기 용이한 판형과 완독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200쪽 안팎의 부담감 없는 분량,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가볍게 구입해 읽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과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한 디자인, 이와 더불어 민음사가 줄곧 지켜온 양서(良書)를 향한 집념과 인문학에 대한 열정까지 빠짐없이 담아냈다.

이번에 선보이는 5권의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너새니얼 호손의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어니스트 허밍웨이의 `깨끗하고 밝은 곳`, 토마스 만의 `키 작은 프리데만 씨` 등이다.

민음사 측은 “쏜살은 1966년 창립된 출판사 민음사의 로고 `활 쏘는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 작은 총서입니다. 가벼운 몸피에는, 이에 어울리는 인생의 경구, 때로는 제법 묵직한 사상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우리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아름다운 글줄로 독자의 가슴에 가닿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밝혔다.

 

▲ `자기만의 방`
▲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자기만의 방`부분)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수많은 에세이와 소설을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말해 버리고 말기에는 부족한, 이를테면 `여성 문학`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미래를 밝힌 글이기도 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를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F 스콧 피츠제럴드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그래, 모든 이들의 젊음은 꿈이야.” -F. 스콧 피츠제럴드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에 담아진 미국문학의 거두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은 파란만장한 작가의 일생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재즈 시대의 메아리(호황과 대공황의 풍경)`를 고스란히 들려주는 작품들이다.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에선 영웅적으로 그려진 재즈 시대의 사랑과 비극이, 이들 단편 소설에서는 취기가 가시고난 다음에 찾아오는 현실 감각처럼 통렬하게 드러난다. 이어서 `기나긴 외출`은 매우 짧은 소설이지만 피츠제럴드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서정적인 소품이다. 그리고 이 책의 표제작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피츠제럴드의 뛰어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한데 섞인 놀라운 작품이다.

 

▲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너새니얼 호손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진정한 아름다움…. 넌 내 가슴에서 떠난 거야. 다시 돌아올 수는 없어.” - 너새니얼 호손

너새니얼 호손은 19세기 초 미국 소설의 든든한 초석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한 미국 낭만주의 소설가다. 에머슨, 소로 등이 인간 정신과 인류의 진보를 신뢰한 데에 반해, 호손은 어두운 내면적 삶, 무의식의 세계, 죄와 악의 문제 등 이른바 인간이 지닌 `검은 힘`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집요하게 탐험한다.

 

▲ `깨끗하고 밝은 곳`
▲ `깨끗하고 밝은 곳`

△어니스트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

“필요한 것은 밝은 불빛과 어떤 종류의 깨끗함과 질서야.” -어니스트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들은 건조하고 단단하게 보이는 `하드보일드 문체`의 아래에 감춰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헤밍웨이 문학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바다 속에 잠긴 빙산의 뿌리를 탐사하는데에 더없이 훌륭한 길잡이가 돼 줄 만하다. 특히나 매우 짧은 글이지만 제임스 조이스의 말대로 걸작 반열에 오른 `깨끗하고 밝은 곳`을 읽어 보면, 헤밍웨이 특유의 정돈된 문체와 선명한 주제 의식이 정교하게 짜여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끝내 파멸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결코 패배하지는 않는 인간 존재의 위대한 힘을 그린 `킬리만자로의 눈`과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는 헤밍웨이의 대표적인 장편 소설들을 압축해보여 주는 듯한 수작이다.

 

▲ `키작은 프리데만 씨`
▲ `키작은 프리데만 씨`

△토마스 만 `키 작은 프리데만 씨`

20세기 독일 문학의 정점이자 가장 위대한 소설가 토마스 만의 초기 단편 소설은 친가와 외가, 시민성과 예술성, 북독일과 남독일 등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긴장 관계가 빚어낸 산물이다. 훗날 대가가 될 싹을 보여 준 첫 작품 `타락`과 작가의 핵심 모티프라고 할 수 있는 삶과 예술의 갈등 문제를 오롯이 담아낸 `키 작은 프리데만 씨`는 토마스 만의 문학 내부로 들어서는 데에 훌륭한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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