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서 자유형 400m 우승 `부활 신호탄`
롱코스·올림픽 이어 쇼트코스서도 한국 수영 첫 기록 남겨

▲ 박태환의 2016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우승 소식을 전한 국제수영연맹(FINA) 홈페이지 사진 캡처. /연합뉴스

박태환(27)이 갖은 역경을 딛고 완벽한 부활과 함께 한국 수영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박태환은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로 우승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남녀를 통틀어 박태환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수확한 메달도 박태환이 2006년 4월 중국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딴 은메달이 전부였다.

박태환은 10년 8개월 만에 출전한 쇼트코스 세계선수대회 첫 레이스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쾌거를 이뤘다.

박태환이 쇼트코스에서 공식 경기를 치르는 것은 2007년 11월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에서 3개 대회 연속 3관왕에 오른 이후 9년여 만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태환은 롱코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이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한국 수영 선수 첫 금메달 및 메달 획득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박태환으로서는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제 길을 걸으며 부활을 알린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이번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는 박태환이 다사다사했던 2016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2014년 9월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은 올해 3월 FINA 징계에서 풀렸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가로막혀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결국, 박태환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까지 판단을 구한 끝에 리우올림픽 개막 한 달 전에야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박태환은 훈련량 부족 탓에 자유형 400m와 200m에 이어 100m에서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자유형 1,500m는 아예 출전을 포기한 채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최근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5월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박태환이 올림픽에서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들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박태환은 곧 다시 일어섰다.

지난 10월 전국체육대회 때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모두 대회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쟁력까지 재입증했다.

FINA 징계에서 풀린 3월 이후 8개월 가까이 강행군을 이어 온 박태환은 이번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 걸린 첫 번째 금메달을 가져가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규격 50m의 절반인 25m 길이의 경기장에서 2년마다 치르는 대회다.

25m마다 턴을 하다 보니 탄력을 더 받을 수 있고 물의 저항을 덜받는 잠영 구간이 길어 일반적으로 롱코스보다는 기록이 좋다.

남자 자유형 400m 세계기록도 쇼트코스는 3분32초25로 롱코스(3분40초07)보다 8초 가까이 앞선다.

그래서 쇼트코스 성적을 롱코스에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에서의 기대치로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제 경기 출전 기회가 적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월드컵 시리즈는 기술을보완하고 경험과 자신감을 쌓을 좋은 기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한 박태환도 그해 말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려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기록도 좋다.

프랑스 야닉 아넬이 2012년 11월 프랑스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세계 기록(3분 32초 2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07년 11월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 베를린 대회에서 우승할 때 작성한 자신의 최고 기록(3분 36초 68)은 여유 있게 넘어섰다.

박태환의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해당한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등 네 종목에 출전 신청서를 냈으며 8일 자유형 200m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