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들었고 놀란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결행한다고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새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몸살을 앓게 될 것이고 부결되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의 문제가 무서운 무게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일곱 시간` 문제라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단순한 일곱 시간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유경근씨는 머리 손질, 연출 같은 것은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고 더 무서운 진실이 기다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어찌 되었든 혼란과 혼돈은 새로운 질서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은 질서나 체계 같은 것보다 근원적인 동력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그 삶을 어떤 틀 같은 것에 넣지 않고는 나라도, 사회도 운영될 수 없다. 그래서 혼자 생각한다. 무엇이 비정상적이었는지, 무엇이 정상화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첫째, 국민의 기본권이 하나의 기본선으로 너나없이 인정되고, 요구하거나 싸우지 않아도 침해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과 표현이 자유로워져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기성 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들이 정부의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었음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옛날 군사정부 시절과는 달리 여기에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이것이 하나의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었을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지식인들 또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1960년대 말의 김수영-이어령 `불온시` 논쟁처럼 그럼 너의 책상 서랍 속에 들어 있는 `불온시`를 꺼내보라고 따질 수도 있겠고 또 `불온시`를 써서 발표하는 것을 누가 막았더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 공기가 음산했던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언론과 지식인이, 나아가 모든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명하고 상호간에 토론과 비판이 가능한 문화를 다시 형성해야 하며 이 자유를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을 섣불리 힘으로 막아서려는 사람들은 특별한 지위를 얻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데올로기 선전과 선동으로 시민들의 의사를 왜곡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든 노력을 중지, 자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데올로기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감염되어 있는 정치적 허위의식을 말한다. 그것은 진실하다기보다 허위적이며, 거짓과 허풍이 섞인 담론으로 진실을 가리는 장막 역할을 한다. 다른 서구 사회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 사회는 특히 남북 분단 및 6·25 전쟁을 겪었고 오래된 독재 통치의 조작술과 이에 저항하는 비합법운동의 비판 논리가 극단적으로 대립해 왔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적`, `반대편`과 `상대방`이라고 간주된 집단 및 개인을 향한 마타도어, 비방, 이미지 덮어씌우기, 궤변적 공격, 유언비어 유포, 지역주의 조장, 공격심리 및 피해의식 자극 같은 것이 지극히 심하다. 권력과 조직의 힘을 동원하여 자기 집단의 논리를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유포시키는가 하면 자신이 비판, 공격하고자 하는 쪽을 향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왜곡을 일삼는 경향이 있다.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모든 언어를 사회적 공기, 즉 매체들로부터 추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집단 차원에서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오늘 두 가지만을 말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조차 실현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진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위태로운 사회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를 향한 공동체적 유대의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오늘 정치적으로 반대자라 해서 그들을 절멸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속단하는 패악을 버릴 때만 새로운 좋은 공동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