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성룡의 100번째 영화라 화제가 되었던 `신해혁명`. 중국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작되고 보급된 영화 `신해혁명`. 1911년 10월 10일 무창봉기를 기점으로 청나라 지배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신해혁명. 신해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신해혁명`이다. 중국 각처는 물론이려니와 미국과 유럽, 말레이시아 등 중국의 국부 (國父) 손문이 거처했던 곳과 혁명세력의 활동공간이 영화의 무대로 등장한다.

영화는 허다한 전장과 숱한 인총(人叢)들의 죽이고 죽어가는 섬뜩한 장면들로 시종일관 혼란스럽고 소란하다. 한 나라의 명운(命運)과 민족적 명암이 뒤바뀌는 역사적 전변을 다루는 영화가 어찌 요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하되 영화의 대결과 갈등구조는 상당히 단출하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 부의(선통제)의 어머니 태후(太后)와 그 추종세력, 손문과 동맹회를 주축으로 하는 혁명세력, 원세개가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권력욕망 세력의 갈등과 각축.

서태후에게 황제자리를 명받은 부의의 나이는 고작 세 살이었고, 따라서 그 아비인 순친왕 재풍의 섭정(攝政)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영화는 극적인 효과를 거두려고 어미인 태후를 전면에 배치한다. 태후의 생각과 판단은 간명하다. “황족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국가도 있다!” 고종의 비(妃)였던 민자영의 생각과 판박이다. “나라와 종묘사직의 근간(根幹)은 왕족이다!” 나라의 근간을 지배자와 그 일족에서 보았던 전근대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사유.

2천년 이상 지속돼온 왕조를 타파하고 공화국을 건설하겠다는 손문의 사유와 인식이 태후와 그 일족의 생각과 현저한 대립을 이룬다. 공화국이란 문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의 입에 밥이 들어가는 나라다. 그것은 특정한 가문과 집안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원세개는 이들 세력 사이에서 교묘하게 사적인 이익과 권력을 편취한다. 그리하여 태후에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음을 강조하면서 퇴위(退位)를 종용한다.

손문은 1912년 1월 1일 민국의 초대 임시대총통에 취임하지만, 2월 12일 선통제가 퇴위하자 그 다음날 손문은 대총통 자리에서 내려온다. 청조(淸朝)가 종언을 고하는 즉시 대총통 자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킨 손문. 그 자리를 꿰차는 원세개. 영화 `신해혁명`의 관심은 오롯 손문과 동맹회원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과 우정과 역사인식에 맞춰져 있다.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태후의 욕망이었다. 황실의 여인으로 태후는 철도를 국유화하여 그것을 영국, 미국, 도이칠란트 같은 제국주의 열강(列强)에게 팔아넘기려 획책한다. 황실의 재정난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그녀가 취한 정책은 공공재를 사취(詐取)하여 황제와 그 일족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와 백성보다 황제와 가문을 훨씬 중시하는 전근대의 행적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민주공화국이 왕국보다 우월한 까닭은 그것이 왕과 그 일족이 누렸던 특권을 철폐하고 천부인권(天賦人權)과 평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자유, 평등, 형제애를 전면에 내세운 프랑스 대혁명의 영혼과 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국가라는 공동운명체에 승선한 사람들은 모두 동등한 지위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어느 개인이나 그를 둘러싼 패거리 몇몇에게 특권과 이익이 가능한 나라는 결단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2016년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초대형 국가재난은 민주공화국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 세계최강 정보통신 대한민국에서 이런 희화적이고 전근대적인 사태라니?! 몇몇 여인들의 욕망과 거기 편승한 허다한 승냥이들 무리가 요절내버린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민초들의 저항과 투쟁의 함성이 여인들의 욕망과 거기 부역한 자들을 낱낱이 밝혀내고 탄핵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