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김혜나 지음
광화문글방 펴냄·장편소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사장 하정웅)이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공동 제정한 제4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인 김혜나(34) 장편소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광화문글방)가 출간됐다.

문학은 시대와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기에 청춘의 초상은 최근 출간되는 한국 소설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주로 젊은 작가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장편소설로 이 시대 청춘의 고민과 내면을 깊이 파고든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는 그런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는 김혜나 작가가 2010년 민음사의 신인작가 공모전 `오늘의 작가상`에 당선돼 등단한 후 5년 이상 다져온 필력을 자신의 20대 시절 분투기에 맞춰 과감하고 도발적인 문체로 완성한 작품이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는 명문대 대학원에서 연구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물다섯 살 작가 지망생 혜정의 이야기다. 질풍노도의 10대 시절을 거쳐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문학을 공부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가는 화자의 성장기에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의 주인공 혜정은 지방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소설가가 되겠다는 각오로 취업은 하지 않고, 패스트푸드점, 식당, 주점, 사무보조, 경리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꿈을 향해 살아간다. 그러던 중 온라인 소설 창작 동호회에서 만난 공대 교수를 통해 대학원 연구실에 업무 보조 일을 하게 되지만 전화를 돌려 학회 참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일은 막상 해보니 만만찮았다. 게다가 같은 연구실 대학원생에게 빌려준 소설책이 논문집 사이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가 안 드는 카이스트를 나와 명문대에 자리를 잡은 교수가 이제라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고 한탄하는 모습은 오히려 불쌍하고 초라해 보인다. 아르바이트 일이 끝나자 자신이 소설을 쓰며 이런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 회의에 빠진다.

젊은 작가 지망생의 답답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가 소설의 큰 주제다.

소설은 혜정을 통해 냉정하고 치열한 삶에 지친 외로운 청춘을 위로하고, 고민과 갈등 속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한 리얼리티로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있다.

또 현실 그대로를 바라보면서 쉽게 들뜨거나 절망하지 않고 남들과 비교해 쓸데없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젊은 독자에게는 든든한 위로를, 기성세대에게는 진지한 성찰의 여지를 준다. 특히 혜정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치 현재진행형인 우리 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 김혜나 작가
▲ 김혜나 작가

작가는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한 젊은 세대의 내면을 짜임새 있게 들춰낸다.

저자는 좋은 스펙을 가지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라고 애써 외면하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에게 `또 다른 길`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김혜나 작가는 “저와 함께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청년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기 안의 이야기를 찾아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또 썼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독자들도 소설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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