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탈출구는
③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州정부의 청년정책

▲ 우리나라가 경주 일부 지역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해 관리하듯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중세 건축물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사진은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로 잘 관리된 중세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 우리나라가 경주 일부 지역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해 관리하듯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중세 건축물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사진은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로 잘 관리된 중세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연애,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극자본주의(hyper-capitalism) 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청년문제가 실업부터 비롯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하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용절벽이 악화할수록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간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심각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를 일컫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ning)`을 포함하면 청년실업률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적인 사회복지가 정착된 유럽은 어떨까. 최근 여러 유럽국가에서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청년지원정책이 우수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정부와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을 만나 청년지원정책을 취재했다.

□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베토벤, 하이든 등과 함께 빈 고전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1965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촬영지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팬이 찾고 있다. 이곳의 인구는 약 54만명이지만, 연간 숙박 관광객만 무려 100만명이 넘는 오스트리아 대표 관광지다. 잘츠부르크 도심으로 들어서면 트램웨이(Tramway)와 비슷한 유선 전기버스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전기버스와 연결되는 전깃줄이 건물 사이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장관을 이룬다. 오래된 건물과 전기버스라는 신구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다.

잘츠부르크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산업구조다. 레드불 등 대기업으로 불리는 업체도 있지만, 극소수다. 엘리베이터 부품이나 자동차 엔진 부품 등 정밀공업이 우수해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으며, 건축산업과 나무산업도 발달했다. 최근 잘츠부르크 청년들이 많이 취업하고 성장하는 분야는 멀티미디어, 창의산업 등이다. 오스트리아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5.9%를 기록, 잘츠부르크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률은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전체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15년전부터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 자체 도입
구직·재교육 원하는 청년 연간 5천명 혜택 받아
대학생·소수민족 어학지원금 등 교육비 지원 다양
100가지 넘는 마이스터 자격시험도 적극 지원

우수한 청년지원 정책들, 실업률 낮추고 경제활성화 효과
인력양성으로 지역기업 키우고 주정부 재정도 살 찌워

□ `청년문제 청정국가` 오스트리아 지원 정책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 연방정부의 정책을 따른다. 더 큰 테두리로는 유럽연합의 관리를 받는다.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단독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적이지만 주거·건축 관련 지원금과 교육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오스트리아는 가족형편과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19세까지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족지원금(아동수당)을 지원하는데, 아동 1인당 나이에 따라 연간 최소 147만8천원에서 최대 202만9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취를 하며 대학을 다니거나 부모가 일찍 사망한 경우, 4년 이상 단독세대로 직업활동을 했을 때에는 월 최대 84만5천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학생들은 월 59만5천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가족지원금는 별도로 양육수당을 받는다. 아이 1명당 14만원 수준이다.

각종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학입학 후 학점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교육지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뛰어난 부분이다.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도 별도로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직접 마련,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사거나 지을 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주택지원금도 연방정부 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된다. 미혼모·미혼부를 비롯해 신혼부부, 아이가 많은 가정일 경우 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태양열 발전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은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주택지원금 재원은 주민들로부터 급여의 일정 비율을 주택건축을 위한 부담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슈테판 마이어 잘츠부르크 주정부 대변인은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청년취업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주정부도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항상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다”면서 “지역 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도 각종 설문을 통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애향심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 잘츠부르크 주정부 차원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

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청년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각 국가가 정한 연령까지 재산이나 소득 여부와 관계 없이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교육도 대부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대학진학보다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청년들은 자격취득교육지원법의 지원을 받는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빌둥셰이크`라는 교육지원금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15년 전 자체적으로 도입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재교육(보수교육)을 원하는 사람 등 누구나 자격취득을 하고 싶다면 지원할 수 있다. 주정부는 연간 5천여명을 선정해 교육비를 지원하는데, 이는 대학생 지원금이나 기존 실업교육과 관련한 지원금 정책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와는 반대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직장인도 대학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준다. 외국인노동자나 소수민족 출신이 독일어를 배우도록 지원하는 `독일어 어학 지원금`도 있다. 화물자동차 운전 자격시험을 비롯한 일반기술에도 교육비를 지원한다.

2년 전부터는 마이스터(장인) 자격시험도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값비싼 가격 때문에 서민들이 장인 자격취득에 어려움을 겪자 지원정책을 손본 것. 오스트리아는 기술이 필요한 개인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마이스터 자격증이 필요하다. 열쇠 수리공도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고, 회사 사장이 되려면 직종과 관련한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장인 자격증 종류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 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잘츠부르크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이 공동기획취재단에게 청년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잘츠부르크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이 공동기획취재단에게 청년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장인 자격시험 지원은 교육비용 50%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으면 제도를 악용해 취미로 교육을 받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4년을 기준으로 1인당 최대 900유로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20살이 지나도록 직업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던 사람과 50세 이상은 1천250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시험 응시료는 이와는 별도로 2천유로까지 지원된다.

연간 주정부 교육지원금 총 예산은 250만유로 정도다. 지난해 교육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19세 이하 125명, 19~45세 3천470명, 45세 이상 382명 등 총 5천명으로 나타났다. 잘츠부르크 주민 약 1%가 매년 혜택을 보는 셈이다.

잘츠부르크 주정부 관계자는 청년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정책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은 “지난 15년간 교육지원금을 지원했는데, 매년 주민 1%가 교육지원금을 받았으니 현재까지 인구 15%가 혜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 기업들이 장인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고 선호하는데, 이를 주정부가 지원해 좋은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에 더 많은 기업체가 들어올 것이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면서 “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 경제도 함께 좋아지고 장인 자격증을 소지한 고급 인력들은 더 많은 월급을 받아 다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주정부 재정으로 다시 순환된다”고 설명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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