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그 자리가 당신의 자리인가요?”

살다 보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많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자신의 능력 밖의 행위를 하고 있음을 느낄 때나 남이 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도 또한 그러하다. 가끔씩 행사장에 나가보면 더더욱 자리와 명예, 권력, 감투 이러한 허망한 일이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들어 놓는 경우를 접하면 참으로 허망하고 마음이 편치않다. 이 또한 세상살이의 흐름이겠지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공자께서도 요왈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명(命)을 알려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질서의식)를 모르면 사회에 나아갈 수 없고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선과 악도 구분할 수도 없고 사람의 됨됨이도 알수가 없다”하셨다. 얼마나 무서운 말씀인가.

살다 보면 반드시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모든 일은 그 또한 지나간다. 위대한 사람이 가지는 가장 큰 능력은 망각의 능력, 즉 잃어버림의 힘이다. 지적인 망각은 당연하겠지만 그 큰 기쁨도 하늘이 부서지는 듯한 청천벽력의 순간적 고통도 놀램도 다 잃어버린다. 이것 또한 힘이다.

우리 모두 잃어버려야 할 것은 기억하고 평생 기억하고 뫼셔야 할 것은 모두 놓치고 산다는 사실 모두가 제대로 된 좌석이 아닌 자리에 앉아 살기 때문이다. 자기가 앉은 자리가 주인 의식의 자리인지 사악한 자리인지 생명연장을 위한 거짓으로 꾸며 놓은 자리인지 살펴봐야 한다.

“연나라 소년이 노나라의 서울 한단(邯鄲)에 가서 서울 사람의 한가한 걸음걸이를 배우라고 익숙해 지기 전에 고향에 돌아가 서울 사람의 걸음걸이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그 이전의 걸음걸이도 잊어 망신이 되었다”는 고사처럼 자기 본분을 잊고 남을 흉내내고 잘못 앉은 자리에서 하는 망령된 짓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세상은 모두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남의 말씀 귀기울이는 경청의 부족으로 많이 탁해졌고 요절복통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직함이 있는지 권력 밖의 남용은 아닌지 우리 모두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나도 솔뫼라는 호를 수식하는 몇 단어가 무겁고 아직 나의 명함 뒤에 새겨둔 몇 줄의 약력이 모두 지나버린 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감히 내려놓아라. 아니 버려라. 한 줄의 약력을 더하기 위한 나의 욕심도 웃음거리다. 구걸해서 얻은 약력이면 한 줄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잘못을 깨우치는 그 때가 깨우침의 기회이다.

살펴볼 일이다. 앉은 자리가 내 자리가 맞는지, 나의 발밑이 바른지, 언행이 자리와 위치에 맡는지, 한 해를 갈무리하는 대자연의 섭리처럼 반성하는 늦은 가을에 나의 마음이 몹시 차갑다.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