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이변 트럼프 당선에
지역 철강·전자·자동차 등
장기적 관점서 타격 불가피
美보호무역주의 강화 대비
핵심 대응전략 마련 급선무
사드배치 영향 줄지도 관심

▲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모든 미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9일 전세계에 충격을 몰고 온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구경북도 철강 등 주력 산업은 물론 사드 배치와 주한 미군 주둔 등 군사 부문에 미칠 파급을 놓고 촉각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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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등 일정 기간 후 파급 예상

9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워낙 예상 밖이었던 만큼 현재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의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향후 5년 동안 2천750억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로 건설경기 호황이 기대되면서 철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규정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 들어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업체에 잇달아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ITC는 지난 8~9월 사이 포스코의 열연·냉연 제품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부과한 각각 61%, 64.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최종 확정했다. 또 북미 셰일가스 강관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율 예비판정을 하고 넥스틸은 9.89%, 현대제철(옛 현대하이스코)은 15.75%, 세아제강과 휴스틸 등 나머지 수출업체들에는 12.82%의 마진율을 부과해 강관업체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반발했다.

지난 7월에는 현대제철 도금 제품에 48%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열연·냉연·도금강판 등 거의 모든 한국 주요 철강 제품에도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은 “당장 어떠한 정책적 변화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트럼프가 말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방안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철강의 경우 최종 제품의 디자인이나 마케팅, 프로모션(홍보)과 관련한 핵심전략을 미리 세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주도의 중남미 개발은행인 미주개발은행(IADB,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의 대외총괄역으로 일본 내 포스코통(通)인 윤민호(61)박사는 “미국은 제철소를 대부분 폐쇄한 철강수입국임을 우선 전제해야 한다”면서 “저가 수입이 가장 손쉬운 통상전략이므로 달러 강세 전략을 택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자, 섬유도 안갯 속 전망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협상을 주장한 영향으로 가장 전망이 불투명한 산업으로 철강과 함께 섬유, 전자, 자동차 등이 꼽히면서 대구와 구미의 경제에도 파급이 우려된다.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구미는 미국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 현재는 중국 다음으로 큰 무역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누계 수출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은 총 49억 달러로 구미 전체 수출량의 27%를 차지한다. 수출물품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 등의 전자제품이 주를 이룬다.

구미공단은 당장은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미공단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초기에는 선거로 인한 분열된 미국 내 여론 등의 문제로 인해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수출물량에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과의 대외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한국과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거래도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의 대외무역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미는 중국과의 대외무역량이 전체 34%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무역량을 보이고 있어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구미상공회의소 김달호 조사부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당장 지역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구미의 대외무역 거래 대부분이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섣불리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가 자국의 무역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많은 만큼 구미와 한국 경제에 악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드 반대 주민은 `환영`

미 대선의 이변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에 휩싸이게 됐다. 벌써부터 김천사드배치반대시민투쟁위는 트럼프의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 없이 배치하겠다`던 사드에 대해 트럼프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조원의 억만장자, 공직·군 경력이 없는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9일 오전 3시께(현지 시각) 3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를 석권하며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넘긴 288명을 확보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명득·김락현기자

    김명득·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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