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한식대구경북부
지난 주말.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 중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기사와 누가 당선될 지 모를 오리무중에 빠진 미국 대통령 선거, 깊은 시름에 빠진 경제 등을 다룬 뉴스가 아닌 어느 시내버스 기사를 칭찬하는 인터넷상의 글이었다.

그 글은 경산시에서 840번 버스를 이용한 고객 A씨가 경산버스 고객서비스센터에 올린 것으로 그 내용을 요약하면 “하양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장애인 친구가 어눌하고 느릿하게 말을 해도, 끝까지 그 친구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며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던 기사를 칭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푸는 게 당연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이들을 배려하는 행위가 미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현실이 서글펐다.

승객에게 정확한 정류장을 알려준 840번 버스 운전기사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몸에 밴 행동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지만, 그것이 여러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만한 착한 일로 비칠만큼 우리는 각박하고 메마른 사회를 살고 있다.

누군가 폭력을 당하고 있어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과 `괜히 끼어들었다 곤란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왜곡된 마음가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콩 한쪽도 나눠 먹던 따뜻한 정은 어디로 갔나? 이웃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걱정과 기쁨을 함께 하던 정은 사라지고, “혹시 이웃이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걱정하는 세태가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산시 840번 버스기사도 그런 분 중의 하나다.

장애인에게 베푼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조그만 친절과 배려가 큰 울림으로 귓가를 때리는 오늘이다.

경산/shs112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