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은 고대부터 전해오는 3천여 편의 시 중에서 305편을 뽑아 편찬한 것이다. 공자께서는 시경의 시 305편을 다 읽으면 생각이 사악한 마음, 즉 사특함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내 자신은 논어를 읽으면서 사무사(思無邪)에 대한 여러 해설집을 읽었지만 무엇이라고 정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젠가 전각 작품으로 새긴 기억이 있지만 내용상의 깊은 정리는 솔직히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였다.

먼저 邪라는 글자의 어원에서 힘들었다. 옛 글귀에 邪는 正을 이길 수 없다고 하였으며 邪는 본래 땅의 형상을 나타내는 의미로서 바르지 않다, 기우뚱하다의 뜻으로 접근할 수 있어 대략적인데까지 이를 수 있었다. 즉 시는 시대적 해석으로 간사하고 바르지 않고 정직하지 않은 것 등으로 正道가 아닌 邪道가 되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양화편에서 `시` 읽기를 권하면서 그 이익을 소상히 일러 주고 있다. “시는 정서를 일으키며 얻고 잃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무리와 사귀게 되고 원만하되 노하지 않으며 가까이는 아비를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고 금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한다”라고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또한 외아들 佰魚에게 간절히 일러준다.

“아들아 시와 예를 배워라. 시(시경)를 배우지 않으면 남들과 말할 수 없다”하셨고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가 없다고 꾸중하셨다. 詩는 자연스럽게 익힌 올바른 사상과 조화로 인간성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자로편에서 또한 설하고 있다.

옛 성현들은 조정에서 몰려 집에 들면 붓글씨로 자신의 용모를 바르게 살폈으며 독서와 시를 외우고 짓고 쓰고 가슴속의 번민을 해결하면서 자신을 다듬어갔다.

시의 계절도 서예의 계절도 엄동설한이다. 시와 서예 분야에도 따뜻한 봄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는 속내에 감춰둔 시인의 사유의 고백에 지나지 않지만 시를 읽는 것은 사악함을 없애고 사람을 다듬어가는 위대한 일인 것이다. 시는 예의 기본이다. 시를 통해 사라지는 사특함을 가을에 깊이 느끼게 되었으면 한다. 먼지쌓인 시집 한권을 먼지 털고 읽는 일은 내 자신의 사악한 마음을 털어 내는 일일 것이다.

잦은 가을비가 밤 깊은데도 정겹다. 시가 나를 부른다. 소리내어 가을의 시를 읽어 찌든 마음 한 번 씻어야 겠다. 고픈 배를 채워 줄 것이다.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