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대표 단식` 극단적 카드로 운신 폭 좁혀
鄭 의장 사과조차 못 받고, 당내 리더십도 `흔들`
여론 주목에도 역량 한계 보여 `득보다 실`

▲ 일주일 계속된 단식을 중단하고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일 오전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초췌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 시작 일주일 만이다.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기치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익은 많지 않은 대신 오히려 정치적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일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호소하며 국회 대표실을 찾은 발길들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도 이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했다. 이 대표 주변에선 그가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열린 의원총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민생과 국가현안을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의총 직후 비상대기 중이던 응급차에 실려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복귀 결정에는 일주일 간 누구보다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이 대표의 결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비선개입 의혹 등 청와대로 향하던 칼날을 희석시켰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정치 역량의 한계를 노출됐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단식을 시작할 당시 “정 의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죽겠다”며 단식을 시작했지만 사퇴는 커녕 사과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달 28일 의원들의 국감 복귀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가 의원총회에서 거부돼 타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정 의장이 국감 복귀에 대한 명분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이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이 대표는 더더욱 코너로 몰리게 됐다. 이 과장에서 당내 균열이 커졌고, 집권여당이 국정감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상처뿐인 회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여당 대표가 단식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선택,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평가도 있다. 당 주변에선 “정치는 전략인데, 전략이 없이 단식카드를 꺼내냐” 등의 이 대표를 비판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만 상의하고, 청와대만 바라보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 당내에서 쏟아지면서 일명 `당무수석 대표`라는 평도 얻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지도부가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과연 국민에게 투쟁의 의미로 뭘 보여줄 것이냐.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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