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포항시와 해병대
(10) 포항 해병대 서문

▲ 지난 24일 오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덕리 해병대 제1사단 서문사거리 모습. 주말임에도 오가는 차량과 행인이 적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무적해병`이 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

100만 예비역 해병들의 아련한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공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덕리 일원에 위치한 해병대 제1사단 서문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입소 날엔 가족 등 외지인 `북적`
100만 예비역들의 어울림 공간
2007년 교육훈련단 정문 개장 등
문덕 활성화로 상권 쇠퇴기 맞아
빈 점포 늘어 한산한 거리로 변해

해병대 서문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도 해병대 제1사단의 존재로 동, 서, 남, 북 4개문이 오천읍과 동해면, 청림동에 걸쳐 존재했다.

그러나 신병훈련소와 같은 외부인 왕래가 잦은 부대없이 현역병, 부사관, 장교들만이 드나드는 전투사단만 있다보니 서문 주변의 상권형성 속도가 더뎠고, 이는 서문 뿐만 아니라 나머지 3개 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1970년대 후반.

해병대는 1949년 창설 이후 경남 진주와 제주도에서 해군과 뒤섞여 기초군사훈련 및 각종 특기훈련을 실시했는데 고유의 양성교육을 계승해 최강 해병대원을 자체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1977년 1월 1일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포항에 창설한 것이다.

교육훈련단은 2007년 정문개방 이전까지 출입문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터라 30년간 한 달에 1~2기씩 선발하는 신병들의 입소식이 열리는 날이면 입영장정과 가족 수천여명이 서문을 드나들었다.

이렇듯 외부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서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됐고 이는 포항공항 인근에 위치한 동문이 폐쇄되면서 더욱 가속화 됐다. 여기에 주말과 휴일이면 외출, 외박을 나온 현역병들과 직업군인들이 무리지어 쏟아져 나오면서 인근 상가들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가까운 주점은 밤마다 불야성을 이뤘다.

한 부사관 출신 퇴역군인은 “서문이 호황기를 이뤘던 1980~90년대에는 평일 저녁에도 술집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당시에는 직업군인들의 월급이 적었지만 나중에 힘들어지더라도 우선 먹고 보자는 분위기라 서문 앞 술문화가 더욱 발달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문 일대에서 술을 마시는 군인 숫자가 늘어나다보니 폭력사건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간혹 발생했고, 이는 부대 주변에 거주하는 민간인들로 하여금 부대 이미지를 떨어뜨리게 했다.

서문 앞에서 30년간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서문에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모든 것이 군인 탓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면서 부대에서는 부대원들이 민간인들과 엮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한동안 휴가시 부대원을 버스에 태워 터미널 또는 역으로 내려주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다”며 “서문 앞 상인들이 이를 알고 크게 반발하면서 최근에는 예전처럼 각자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병대 서문 앞 상권은 2000년대에 들어 쇠퇴기를 맞았다. 2007년 7월 교육훈련단이 정문을 개방하면서 더이상 서문을 통해 신병이 입소하는 일이 사라졌고, 비슷한 시기에 포항의 신도시인 문덕단지 활성화가 시작되면서 상권이 크게 요동을 치게 된 것이다.

문덕단지는 인근 공단 근로자들의 주거지로 원룸이 각광받으면서 1만여세대가 넘는 원룸촌이 형성됐고 음식점, 주점, 숙박업소 등 번화가가 형성되면서 해병대원들까지 자주찾는 장소로 발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병대 서문 앞에는 문을 닫는 점포가 크게 늘었고 현재까지도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3년전까지 서문 앞에서 고깃집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이곳에서 10년 넘도록 장사를 했는데 손님이 크게 줄면서 장사가 힘들어져 3년 전에 끝내 문을 닫고 말았다”며 “마크사, 배달음식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가들이 매출감소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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