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장 `사드 반대` 개원사에
새누리 의원들 우르르 퇴장
“국회의장, 대권병 걸렸나”
사과 안하면 일정 거부키로
“추경, 어렵게 합의해놓고…”
더민주, 집단 보이콧 비난

▲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정기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떠나 본회의를 참관하러 온 시민들이 텅 빈 의원석만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정기국회가 1일 시작과 동시에 파행으로 빠지면서 멈춰섰다.

이날 국회파행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첫 정기국회 개원사에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촉구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새누리당이 이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 등 국회 일정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회식을 마친 뒤 의원총회를 열어 정 의장을 성토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 의장이 이런 일을 한 근본적 목적은 대선이다. 내년 대선에 본인이 나가든, 자기가 과거에 소속된 정당이 집권을 하게 할 순전히 대권병에 걸린 것”이라며 “아주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라면 헌정 사상 초유의 이런 국회의장의 도발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드 반대, 고위공직자비리수서처(공수처) 설치 등 여당이 반대하는 내용을 들으라는 듯이, 훈시하듯이 (연설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는 야당이 당론으로 찬성하고 여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내용인데 어떻게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진행 책무를 지고 있는 국회의장이 야당 당론을 대변하듯 하느냐”며 “사드 배치 반대를 말한 것도 어떻게 국회의장이 이렇게 편향된 내용을 국회의장 개회사에서 거리낌없이 국민들을 향해서 얘기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의원총회 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 사과가 없으면 20대 국회 일정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 이외에도 하태경·이채익 의원 등은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 채택까지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귀에 거슬려도 이렇게 박차고 나가면 안 된다”며 “별도로 의장실로 가서 예의를 갖추고 항의를 할 수는 있어도 아예 정기국회 개회에 이러는 게 어딨나”고 말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협치를 모토로 한 국회의 다짐을 무위로 했다”며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고, 어렵게 합의한 추경과 결산을 내팽개친 새누리당이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 발언을 문제삼으며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퇴장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정 의장은 잠시 말을 중단하고, “끝까지 들어보라”고 제재하기도 했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이 함께 사진촬영을 하려던 계획도 취소됐다.

정기국회 파행으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도 빨간불이 켜졌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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