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7구간별 검침일 달라
동네 따라 요금산정 유불리
일부 주민 “날짜 변경해야”
한전, 인력부족 이유 손 놔

매달 22일 또는 말일에 전기 계량기 검침을 받는 포항시 북구 죽도2동, 용흥1동, 장량동, 남구 송도동 주민들은 올 여름 최대 2배 이상 높은 전기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계량기 검침일에 따라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검침일별 요금 적용 사례

●매월 1일 검침 대신동 가구
올 7월 사용량 300kWh
4만4천원선 정상 요금

●22일 검침 양덕동 가구
7월말~8월 폭염 이어져
450kWh 사용 `누진 대상`

평소 두배 10만 5천원선

17일 한국전력 포항지사에 따르면, 지역 내 50여 명의 검침원들이 매월 검침일 구간에 맞춰 약 20만 세대(계량기 설치 기준)의 전기사용량을 점검한다. 한전은 검침원이 계량기를 점검한 날부터 그 이전 한 달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부과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읍면동 거주지에 따라 검침일이 다르다. 매월 1일에는 북구 대신동, 동빈동, 덕수동 등이 검침 대상이며, 죽도 2동과 용흥 1동, 양덕동 등은 매월 22일이 검침일이다. 포항시 주부들 사이에서는 20일 전후 검침일을 가리켜 `대망의 지옥구간`이라 부른다.

한전이 검침일을 총 7구간으로 나눠 매월 △1~5일 △8~12일 △15~17일 △18~19일 △22~24일 △25~26일 △말일 시행하기 때문. 계량기 검침일은 한전이 정하고 있으며, 개별 가구에서 요청해도 바꿀 수 없다. 검침 날짜에 따라 요금납부 기간도 제각각이다.

실제로 포항시 북구 대신동에 사는 주민 A씨는 매월 1일 전기계량기 검침 대상에 속한다. 그는 지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전기사용량 300kWh 기준으로 8월 요금 4만4천390원을 냈다.

반면 북구 양덕동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매월 22일 검침일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낸다. 하필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무더위가 지속돼 사용량 기준이 450kWh로 올라 이달 전기요금으로 10만6천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A씨와 비교하면 무려 두 배 가량 높다.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으로 단위요금이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다.

매달 22일 검침대상 가구인 주부 최모(32·북구 양덕)씨는 “22개월 된 아기를 키우느라 집에서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있다. 보통 매달 평균 3만원씩 전기세를 냈는데 7, 8월 두 달 모두 8만원이 나왔다”며 “인터넷 요금조회를 해보니 이달 16일까지 490kWh를 사용해 9월엔 전기요금으로 약 13만원 지출이 예상된다. 아이가 있어 집을 비우지도 못하고, 차라리 이사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전기세 누진제 적용에 이어 검침일별 요금산정까지 달라지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인력 부족`과 1년 총사용 요금의 산정을 들어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포항지사 요금관리부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주택용 전기사용량은 평균 300~400kWh이며 실제로 누진제 단위요금 최고 11.7배(1천kWh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는 드물다”며 “검침일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1년 총 사용요금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그 차이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17일 포항경실련은 “누진제 적용이 가장 많은 계절은 여름철인데, 이를 1년 평균으로 계산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수조원 대의 흑자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한전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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