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여름철 냉방비 지원
한달 5만원꼴 `있으나마나`
요금 무서워 연신 부채질만
도내 960여 곳 설치도 안돼
노인들 더위와 힘겨운 전쟁

▲ 10일 오후 4시께 포항시 북구 학산동의 한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이 선풍기와 부채로 무더위를 피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테레비에 맨날 전기 모자란다 안카드나. 애껴야지….”

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며 지독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0일 오후, 포항시 북구의 학산경로당에는 더위를 피해 모인 어르신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닦고 있었다.

경로당 한쪽에 세워진 에어컨을 보며 “왜 틀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화투 놀이를 하던 어르신들은 “전기요금 많이 나올까 감히 틀지도 못한다”고 연신 입을 모았다.

이날 이곳에는 10여 명의 동네 어르신들이 속옷 등 가벼운 차림으로 부채를 들고 함께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찌는 날씨에도 선풍기 3대로 버티는 등 에어컨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었다.

특히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으로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오래 틀면 행여나 `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이 상당수였다. 이는 지역 경로당 대부분이 마찬가지.

누구 하나 전기를 아끼라고 강요하는 이는 없지만, 상당수의 어르신이 언론 보도 등에서 전기요금 폭탄, 전기 사용량 폭증 등의 소식을 접하고는 마음이 편치 않아 더운 날씨에 그냥 버티고 있다. 견디기 어려운 날씨에는 두어 시간 정도 에어컨을 틀었다 껐다 반복하며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73) 어르신은 “덥다고 에어컨 계속 돌리면 전기세 많이 나올까 봐 누구 하나 맘 편히 틀지 않는다”며 “제일 더운 낮에만 껐다 켰다 하다가 해질녘에 집에 들어갔다 저녁 먹고 더위 피하러 나간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넉넉하지 못한 경로당 지원금도 문제.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시에서는 분기별로 경로당에 27만5천원씩의 경로당 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다. 한여름인 7~8월에는 냉방비 보조차원에서 10만원을 추가로 준다. 여름 두달간 한 달에 5만원씩의 냉방비로 무더위를 버텨야 하는 셈이다. 올해처럼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거나 장기간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 쥐꼬리만한 지원금으로는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어컨이 설치된 경로당도 경북도 전체로 보면 설치율이 87.6% 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도내 경로당 총 7천819곳 중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6천853곳으로 나머지 966곳의 어르신들은 부채와 선풍기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시 대송면의 한 주민은 “냉방비가 모자라면 마을 전체 기금에서 지원하거나 하지만 사실 돈을 아끼느라 더운데도 그냥 버티는 경우가 잦다”며 “더위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끄고 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세리·이바름·이창훈·전준혁기자

    고세리·이바름·이창훈·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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