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17)범촌식품

▲ 범촌식품 3대 전수자 하미연 회장이 장독을 어루만지고 있다.
▲ 범촌식품 3대 전수자 하미연 회장이 장독을 어루만지고 있다.

흔히 `음식은 손맛`이라 한다.

같은 재료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요리 맛이 달라진다. 오랜 경험을 지닌 숙련자들은 겉보기엔 손대중으로 해도 음식 간을 딱 맞춘다. 특히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전통장은 유난히 손맛을 탄다.

범촌식품 이동욱 대표는 “손맛은 과학이다. 요리하는 사람의 감각이나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손맛의 근본적인 차이는 자연환경이 좌우한다”며 “된장 효모균은 그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는데, 전라도와 경상도의 균이 다르다. 경상도 내에서도 포항시 북구 신광면의 효모균은 또 다르다. 이 균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 손에 붙어 `손맛`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미연 3대 전수자
60년 숙성 씨된장·간장 기본
젓갈 등 40여종 제품 판매


□ 4대째 이어온 전통장의 원조

신광면 호리에 자리한 범촌식품은 4대째 이어져 내려온 손맛을 자랑한다. 진주 하(河)씨 가문은 살림살이의 가장 귀중한 재산인 전통장을 딸이나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것이 집안내력이었다. 지난 1950년 한식 요식업을 시작하며 범촌한정식, 범촌매운탕 식당을 운영하고, 2005년부터 범촌식품을 설립해 전통발효식품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정식지명인 `호리` 이전에 사업장 뒤편 산속에 호랑이가 살던 굴이 있어 `범이 살던 마을`이란 뜻으로 범촌이라 불렸다. 지난 100년간 토박이들이 이곳에 살며 전통장 만들던 것을 계승해 `범촌`이라 이름 짓고 그 맛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범촌하가장방 프리미엄 세트.
▲ 범촌하가장방 프리미엄 세트.

모든 범촌식품은 60여 년간 숙성된 씨된장과 씨간장을 기본으로 한다. 이 대표의 어머니인 하미연 회장이 3대 전수자로서 직접 장을 담근다. 재래고추장과 한식간장, 한식소스로 만든 제품 종류는 장아찌, 젓갈, 대게장, 밥식혜, 절임식품 등 40여종에 이른다. 이 대표는 “요즘엔 전국 곳곳에 전통장을 만드는 업체가 많아졌지만, 우리는 단순히 장을 담가 대물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최고의 한정식을 내놓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 인삼 장아찌.
▲ 인삼 장아찌.

음식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모든 음식은 몸에 이로워야 한다`는 이념 아래 음식을 먹는 것이 재료의 생명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조리 시 감미료나 첨가제는 넣지 않는다. 식재료가 지닌 온전한 기운을 소비자 식탁 위에 그대로 올리고자 맛과 특징을 최대한 살려 조리한다. 음식도 생명력을 지녔다는 뜻에서다.

□ 전통장으로 세계인 입맛 유혹

가장 좋은 식자재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했다. 재료의 99%는 포항시에서 난 것을 사용한다.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 즉 푸드마일(food-mile)을 줄여 신선한 재료로 건강밥상을 지키기 위해서다.

정성 담긴 손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프리미엄 식품 위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반 식자재용 상품처럼 대량생산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 판매계약을 맺는 것이 원칙이다.

 

▲ 자연송이버섯 장아찌.
▲ 자연송이버섯 장아찌.

손맛에 반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짜지 않고 맛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담백하다는 이도 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야` 싶던 한 주부는 먹을수록 질리지 않고 깊은맛을 느껴 `이게 진짜 명품장아찌구나!` 싶었다고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상품 후기엔 다른 제품을 먹었다가 후회했다는 고백도 있다. 국내를 넘어 중국, 일본, 미국에도 고추장과 장아찌, 젓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덕분에 연간매출은 3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특화 소스를 개발해 토마토케첩처럼 대중적인 한식장을 만들 계획이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통장이 지닌 뛰어난 기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전통발효식품의 세계화가 목표다. 그는 “발효 음식에 기술력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출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해외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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