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16)포항블루베리농원

▲ 아이들이 포항블루베리농원서 블루베리를따는 체험을 하고 있다. <br /><br />/포항블루베리농원 제공.
▲ 아이들이 포항블루베리농원서 블루베리를따는 체험을 하고 있다. /포항블루베리농원 제공.

“원래는 서울에서 사업을 했어요. IMF 때 실패를 겪고 2000년도에 포항으로 귀농했습니다. 처음엔 새송이버섯을 재배했는데, 어휴, 그것도 만만찮더라고요. 또 실패했죠(웃음).” 포항시 남구 대송면 홍계리에서 `포항블루베리농원`을 운영하는 이호재 대표는 두 번의 실패담부터 털어놨다.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지 그의 눈이 잠시 멍해졌다.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의 여유가 표정에서 묻어났다. 이 대표는 “감히 상상도 못했죠. 블루베리가 제 인생 2막을 열어줄 줄이야. 이 검푸른 열매가 몸도 마음도 온통 보랏빛향기로 물들였습니다. 허허허…”

탄탄한 열매 달콤한 맛에 반해 해마다 주문 늘어
체험농장 큰 인기…천연식초 개발 연구도 한창


□블루베리가 제2의 인생 열어줘

연이은 낭패를 겪었던 이호재 대표는 지난 2008년 블루베리 재배를 결심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블루베리를 심을 임야를 장만하고 묘목을 심었다. 욕심을 채우기보단 신념을 지키기로 했다. 운제산자락 아래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농약도 치지 않았다. 친환경유기농 재배를 경쟁력으로 삼았다.

한철 수확량은 5~6t에 달한다. 남들보다 이르게 수확하는 것이 비결이다. 보통은 6월 말쯤 돼야 열매를 딸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5월 초부터 수확해 8월까지 판매 가능하다. 덕분에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세계적인 블루베리 생산지인 북미에서는 수확이 한창인 7월을 `블루베리의 달`로 부른다.

 

▲ 포항블루베리농원에서 재배한 유기농 블루베리.
▲ 포항블루베리농원에서 재배한 유기농 블루베리.

재배부터 생산, 포장, 배송까지 모든 작업은 이 대표의 손을 거쳐야 `포항블루베리농장` 인증마크를 달 수 있다. 당일 수확한 것은 그날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외국은 농장 규모가 워낙 크고 블루베리를 딸 때 기계를 사용하다 보니 생산량만큼은 작은 농원과 비교가 안 된다. 그래도 수입품과 비교했을 때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싶었다. 수작업으로 유기농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배송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승부수로 던졌다”

블루베리 맛에 대한 자랑을 부탁하자 이 대표는 부쩍 말이 많아졌다. “허~말재주가 없어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망설이더니 이내 “친환경 재배로 믿고 먹을 수 있는데다 열매가 탄탄하고 맛이 달다”고 했다.

해마다 주문하는 단골들은 다른 블루베리를 먹어봐도 포항블루베리농원 제품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것저것 먹어봤더니 과육이 시거나 특별한 맛이 없던데 이 대표가 재배한 블루베리는 달고 맛있다는 것이다.

□블루베리는 `검푸른 보석`

2년 전부터는 블루베리를 가공판매하기 시작했다. 고압추출기를 이용해 진액주스와 발효액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원액 95% 이상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엔 재배생산 위주의 농업에서 벗어나 6차 산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100평 규모의 체험농원도 조성했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몰려와 수확 철에는 아이들 발자국이 늘 남아있다.

 

▲ 포항블루베리농원 이호재 대표.
▲ 포항블루베리농원 이호재 대표.

이어 이 대표는 또 하나의 결실을 소개했다. 2012년 재배에 들어간 체리가 3년 만에 성공해 지난해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블루베리와 마찬가지로 유기농 재배해 과육이 싱싱한데다 알이 굵고 맛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블루베리로 천연식초를 만드는데 한창 연구 중이다. 이 대표는 블루베리를 `검푸른 보석`이라고 했다. 사업할 때 비하면 적은 수익이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농촌생활에서 비로소 삶의 가치를 찾았다고.

그는 “조용히 귀농생활을 즐기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농원에 사람 발길이 잦아지니 삶의 활력을 얻었다”며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블루베리를 정성으로 키워 앞으로도 안전한 먹거리, 좋은 식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다양한 체험행사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