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포항 6차 산업이 혁신 이끈다
(5)하은농장

▲ 하은농장 체험장에서 아이들이 고구마캐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하은농장 제공.

“한 부부가 농장으로 오는 길에 크게 다퉜나 봐요. 농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는데 남편과 아내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걷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냉기가 흘렀죠(웃음). 제가 가이드를 맡아 부부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봤어요. 돌아가실 때요? 두 분이 손 꼭 잡고 가더라고요.”

포항시 대표 6차 산업 현장인 `하은농장`을 운영하는 이성혜 대표는 농장에서 생긴 작은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농장이 완성되기까지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이 많았어요. 특별하지 않은 이 작은 농장에서 일어난 숨겨진 에피소드를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헤쳤다.


고구마 캐기·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속노랑 고구마 가공 사계절 판매·일자리 창출
7년간 8만여명 블로그 방문…온라인판매 불티


□고구마가 전부인 하은농장

하은농장의 근간은 고구마다.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친정집인 죽성리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며 농장을 가꿨다. 이곳에서 자란 고구마는 다른 지역보다 크기가 크고 당도도 높다. 하지만 추위에 약해 농촌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기가 어려웠다. 고구마 수확 후 매년 12월 이전에 판매를 마쳐야 하는데 1차 생산으로 얻는 소득이 너무 낮았다.

이후 고구마를 말리거나 분말 형태로 가공하면서 농장은 차츰 활기를 띠었다. 친환경 인증받은 속노랑고구마를 생산해 지난 2014년 말랭이 가공 사업을 시작했다. 말린 고구마 6kg(약 12만원)은 밭에서 캔 고구마 10kg(최상품 최대 3만원)을 4박스 판 것과 같은 수익을 냈다. 고구마를 가공 생산해 사계절 판매 가능해지자 농한기에도 일거리가 생겨 농촌 일자리도 늘었다.

□아이들 몸과 마음 치유하는 곳

이 대표는 지난 2010년 마을주민의 집 한 채를 빌려 체험장을 조성했다. 농촌에 아이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목사인 남편은 평소 결손 가정 아동을 돌보며 후원해왔다. 부부는 이 아이들에게 고구마 캐기와 말랭이, 삼색수제비, 양갱,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거리를 제공했다. 철 따라 블루베리를 따거나 두부도 만들었다. 체험장은 지난 2012년 죽성리가 포항시로부터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이후 더욱 붐볐다.

지난 7년간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하은농장은 오직 방문객의 입소문으로 이름을 알렸다.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아동센터가 관심을 보였다. 마케팅전공 교수나 마을해설사도 농장 문을 두드렸다. 농장의 연간 방문객은 500여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주변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청정지역에 사람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다들 `숨은 일화`를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농장을 다녀간 이들이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몸과 마음의 치유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은 농장 체험활동을 통해 증상이 나아졌다. 마음에 상처를 품은 소외계층 아이들도 또래와 어울리며 아픔을 잠시 잊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체험놀이에 한창 집중할 때 곁에서 동요를 불러준다. 휴대전화나 게임기를 손에 붙들고 있던 애들도 어느새 함께 어울려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연 속에 푹 빠진다”고 말했다.

□블로그 누적 방문객 8만5천명

지난해부터는 부쩍 어른들이 힐링을 위해 농장을 찾는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경관에 감탄하며 도시에서 보기 드문 산딸기, 뱀딸기같은 식물을 반기는 이들이 많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다”며 좋아하는 어르신도 있다. 농장은 인근 마을노인회 어른들을 초청해 무료체험도 지원한다.

이 대표가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써 올렸던 농장소식은 이제 소통의 창이 됐다. 지난 7년간 블로그 누적방문자 수는 8만5천214명. 온라인 주문판매도 불티가 난다.

그는 “고구마를 재배하고 가공 생산해 수익을 얻지만, 체험활동으로 얻는 보람이 더 크다. 농장에서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체험활동이 아이와 어른에게 소중한 추억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하은농장은 내부 시설을 보완해 다음달이면 완성된 면모를 갖춘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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