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획 시리즈
옛 포항역 개발과 구도심 활성화

▲ 박물관 큐레이터가 어린이 방문객을 대상으로 19세기에 만들어진 증기기관차를 시범운전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시의회·대학 등 힘모아 재정지원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개관
연간 83만명 관광객 방문
주변 도심 발전 시너지효과 커

글 싣는 순서

1. 영국 산업발전 견인차 `맨체스터 리버풀역`
2. 영국 과학·산업 역사 한눈에 `맨체스터 MOSI`
3. 시민의 발이 문화공간으로 `충남 보령문화의전당`
4. 포항역의 역사(歷史)와 KTX시대
5. 옛 포항역 부지가 지닌 가능성과 개발에 따른 기대효과

□ 폐쇄된 기차역을 박물관으로

1940년대 영국은 도로를 이용한 화물수송업의 급속한 성장이 이뤄지면서 이전까지 물동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철도수송업이 쇠퇴기를 맞게 됐다.

맨체스터~리버풀 노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Museum of Science & Industry, MOSI)의 모태인 리버풀로드역(Liverpool Road Station)도 이때부터 운영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역사용량이 줄어들면서 건물외관에 대한 보수유지비 충당마저도 힘들어졌던 리버풀로드역은 결국 1975년 관리업체인 브리티쉬 레일웨이(British Railways)에 의해 문을 닫았다.

이는 1830년 영국 최초의 화물수송열차의 종착역으로서 화려한 개통식을 가진 이후 145년 만에 전해진 비보였다.

비슷한 시기 맨체스터과학기술대학교(University of Manchester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UMIST)는 맨체스터시와 관련된 역사적가치를 지닌 유물을 수집해 박물관을 만들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땅한 장소가 없어 대학 고위관계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비록 18세기 영국에서 창립된 비밀공제조합인 오드펠로우(OddFellow)가 사용하던 조합회관(Oddfellows hall)의 절반을 활용해 1969년부터 임시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한 해 방문객이 1만명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부, 구입 등을 통해 수집된 전시물의 양은 박물관 공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이같은 혼란을 겪고 있을 즈음인 1974년 맨체스터 시의회가 박물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박물관은 시의회, 맨체스터시, 맨체스터대, 맨체스터과학기술대 등 4개 기관이 24%씩, 샐포드 대학이 나머지 4%를 부담하는 체계를 구성하면서 박물관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1976년 폐쇄된 리버풀로드역의 실질 소유주였던 브리티쉬 레일웨이는 역과 부속건물 등을 1파운드라는 상징적인 가격에 매입할 것을 시의회 측에 제안했으나 시의회는 엄청난 보수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거절했다.

이에 브리티쉬 레일웨이는 10만파운드의 건물보수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추가적인 제안을 해왔고, 시의회는 비슷한 시기 기차역을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사안을 놓고 진행된 시민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많았다는 것을 근거로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 맨체스터~리버풀 노선 15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대중에게 공개됐고, 3년여 동안의 보수작업 끝에 1983년 9월 15일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이라는 명칭으로 문을 열었다.

□ 영국 산업과학 역사를 한눈에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은 과거 역사(驛舍)로 활용된 건물을 포함, 5개의 옛 기차역 건물을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레이트 웨스턴 웨어하우스(Great Western Warehouse)와 1830 웨어하우스(1830 Warehouse), 스테이션 빌딩(Station Building), 파워홀(Power Hall), 에어앤스페이스홀(Air & Space Hall) 등 5개 건물에 산업과 혁명, 과학과 기술, 에너지, 교통, 사람, 통신 등 6가지 주제로 상설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영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애브로(AVRO)가 1912년 발명한 최초의 단엽비행기 `AVRO Type F`와 1948년 빅토리아 대학(후에 맨체스터 대학에 합병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내장형 컴퓨터인 베이비(Baby), 1829년 발명가 존 에릭슨에 의해 만들어져 맨체스터~리버풀 철도개통 기념 기관차대회에 출전했던 초기 증기기관차 노벨티(Novelty) 등 영국 산업·과학의 발전을 이끈 맨체스터시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 수천여개가 배치돼 있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처럼 맨체스터를 넘어 영국과 유럽 전체에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전시물을 관람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연간 약 83만명(2015년 기준)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또한 소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으로 잘알려진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촉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2009년 이후 맨체스터 지역의 학교와 대학, 단체를 위한 STEM 맞춤형 이벤트를 주관하면서 연간 7만5천명의 젊은 청년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2016 유럽과학포럼(The Euro Science Open Forum, ESOF)`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 주요도시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유럽과학포럼은 과학연구와 개발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된 범유럽 과학회의이다.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90여개국에서 과학자, 기술자, 정책담당자, 언론인, 교육자 등 4천5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뛰어난 과학자에서부터 일반대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오늘날 과학이 우리의 삶을 발전시키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샐리 맥도널드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대표는 “포럼이 열리는 기간인 7월에는 꿈의 나노 물질로 전세계 과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그래핀(graphene)`에 초점을 맞춰 전시회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맨체스터를 방문하는 과학·기술분야 관계자들에게 산업혁명의 발상지 맨체스터를 고스란히 담은 과학산업박물관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전경.
▲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전경.

□ 주변도심도 동반성장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의 존재는 주변도심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물관으로부터 1㎞ 가량 떨어진 스피닝필드(Spinningfields)지역은 2000년대 들어 개발이 시작된 곳으로 비즈니스, 상업, 주거가 복합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맨체스터 도심지역인 딘스게이트(Deansgate) 서쪽의 작은 거리에 불과했던 스피닝필드의 개발계획에 관한 논의는 1997년 런던부동산연합(Allied London Properties)의 주도아래 시작됐다.

런던부동산연합은 43만㎡의 방대한 공간에 15억파운드가 넘는 엄청난 민간자본을 유치해 금융 및 서비스업 특화지구를 만들었다.

맨체스터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1만6천명이 넘는 인원이 스프링필드 지역에 입주한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맨체스터가 시작된 곳(This is where Manchester began)으로 유명한 캐슬필드(Castle Field)지역은 박물관 남쪽 1.5㎞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맨체스터시에서 가장 오래된 구도심 지역이다.

기원전 140년 로마제국이 이곳에서 철수한 뒤 그들이 사용했던 요새의 흔적이 남아있어 캐슬필드라는 지명이 붙여졌다. 맨체스터 시의회는 지난 1979년 역사적가치를 인정해 캐슬필드 일대를 보호구역(Conversation Area)으로 설정했고, 과학산업박물관도 이 구역에 포함됐다.

1983년 영국 환경부는 캐슬필드를 영국 최초의 도심문화유산공원(Urban Heritage Park)로 지정해 이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허용된 선에서 보존과 개발을 실시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맨체스터 개발공사(Central Manchester Development Corporation)는 1988년 캐슬필드를 포함, 187만㎡에 달하는 도심 재생정책을 수립했다. 개발공사는 캐슬필드의 관광기반을 강화하고 비즈니스활동을 지원하고 활기찬 주거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낙후된 건물 중 대부분은 개조 또는 복원, 신축 등을 통해 현대식건물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여러 유적이 발굴돼 관련 전문가들이 맨체스터의 초기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참고자료를 얻게 됐다.

이와 관련,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 앨런 키드 교수는 “기차역이 폐쇄된 후 수년간 방치되면서 도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리버풀로드역 문제가 박물관 개설로 해결되면서 캐슬필드, 스피닝필드 등 주변지역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주변지역은 이제 맨체스터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지구로 성장했으며 앞으로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대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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