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포항 6차 산업이 혁신 이끈다
(1) 포항시 6차산업 현주소

▲ 포항 6차산업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지난 14일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br /><br />/포항시 제공
▲ 포항 6차산업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지난 14일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창조도시` 포항의 신(新) 성장모델로 6차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국정과제로 채택된 6차 산업은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

1960년대 이후 `철강 산업의 메카`로 불린 포항은 최근 지속된 국내외 철강경기 침체로 성장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6차 산업인 `창조농업`을 통한 변화와 도약을 꾀하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창간 26년을 맞아 지역 내 6차 산업 운영현황과 발전 가능성을 조명하고 4회에 걸쳐 농촌체험 현장을 소개한다.

큰 일교차·넓은 농작물 재배면적
자연환경 장점 제대로 활용
농촌체험마을·체험농장 등
관광·민박시설 총 47곳 운영

도내 최초 스토리텔링 기법 적용
역사·문화·음식·놀이 소개하는
`마을해설사 양성과정` 시도

□ `생산×가공×체험` 융합이 대세

농업경제학자인 일본 도쿄대 이마무리 나라오미 교수는 지난 1996년 미래농업의 키워드로 `6차 산업`을 제시했다. 그는 “1차 산업에만 머무르지 말고 2차, 3차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농촌의 가치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축·수산물 생산과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유통·관광서비스업을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가공해 떡, 국수, 음료 등을 만드는 2차 산업에 이어 3차 산업으로 농촌마을체험까지 아우르는 것이 6차 산업에 속한다. 합침 또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유기적인 결합, 즉 `융합`이 6차 산업의 핵심 수단이자 목적으로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6차 산업은 농촌지역의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특성을 살려 부가가치를 생산해 농업의 변화를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녔다. 국내외 경제상황이나 기후변화,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여러 불안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농가소득 증가를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이 과정에서 농촌 주민의 아이디어를 2, 3차 산업과 잘 어우러지도록 연결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지역단위 6차 산업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농가 또는 마을별 추진 성격이 강해 2, 3차 산업과의 연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차 산업을 근간으로 각 경영체와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 경북, 농업에서 희망 찾기

경북도는 6차 산업을 통해 `창조농업의 메카`로 부상하고자 한다. `경북6차산업`센터를 개소해 6차 산업 인증제를 시행하고, 우수 경영체를 대상으로 행정,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업인의 취약점인 홍보 마케팅과 판로 확보를 도와 농업·농촌의 가치혁신을 도모한다.

지난해 6차 산업 선도모델 88개소가 인증받았으며 현재 경북도 내 총 96개소가 운영 중이다. 문경 오미자밸리, 영천 와인사업단, 칠곡 송광매원, 영주 미소머금고, 예천 초산정 등이 우수사례로 꼽힌다.

이 가운데 청송시는 특산품인 사과로 지역 6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1만6천528㎡ 규모의 사과밭에서 재배한 사과를 한과, 조청으로 가공하고 100㎡의 한과체험장까지 조성했다. 지난 2009년 당시 약 1천만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20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천시는 포도 수확부터 잼, 와인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가공 고급기술까지 갖춰 국제대회에서 다수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경북도는 향후 6차 산업 선도모델 250개소를 발굴하고 개소별 5~10명씩 총 2천여명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농업경영 다각화와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는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6차산업센터 관계자는 “6차 산업은 농촌 주민 주도로 지역 자원을 활용해 2, 3차 산업과의 연계로 얻은 수익이 결국 농촌과 지역으로 환원된다”며 “고부가가치 창출이 지역 농가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어 향후 기대효과가 더 크다”고 전망했다.

□ 포항, 창조농업에서 미래를 보다

포항시 내에서도 창조농업을 위한 융합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 6차 산업 모델로는 호미곶태양동물농원, 산또래, 봉좌마을, 하은농장이 있다.

포항시 농촌지원과에 따르면, 지역 농업 경지면적은 1만4천605㏊로 쌀 재배가 50%를 차지한다. 사과 외 8종을 포함한 생산량은 28만3천t, 소득액은 1천6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 농·특산물 가공생산에 이어 3차 산업의 일환으로 농촌체험마을 4곳, 체험농장 32곳 등 관광 및 민박시설 총 47개소가 운영 중이다. 큰 일교차와 넓은 농작물 재배면적 등 자연환경 장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도시` 실현을 꿈꾼다. 특히 포항은 올해 경북 최초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6차 산업에 적용해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을 시도, 진행하고 있다. 체험행사의 일환으로 마을해설사들이 투어과정에서 관광객들에게 포항의 역사와 문화, 음식, 놀이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김진근 농촌지원과장은 “6차 산업은 농촌과 도시 소비자들의 만남을 위한 연결고리이며, 마을해설사는 농촌 문화를 전달하는 교량(橋梁) 역할을 한다”며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6차 산업을 통한 수익극대화 전략을 세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마을해설사` 김순옥 교육생
▲ `마을해설사` 김순옥 교육생
“마을사람들과 소통하는 `창조농업` 리더 되고파”

`마을해설사` 김순옥 교육생

지난 2월 포항시는 6차 산업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에 참여할 교육생 40명을 모집했다. 경북도내 처음 시도한 사업으로 지역 농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문가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서다. 예상과는 달리 신청자가 많아 6월 현재 교육생 80여명이 예비 마을해설사로서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총 6회 교육이 진행된 가운데 `결석 한 번 하지 않은 열혈 교육생` 김순옥(60·여·사진)씨를 만났다.

-모범 교육생으로 뽑힌 비결이 있다면.

△이전부터 농사, 귀농·귀촌 등 농업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취미처럼 배우다보니 결석하는 교육생이 있는가하면 내용을 소화하지 못해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일이든 애정을 갖고 임하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 마을해설사까지 지원한 동기는.

△어렸을 적 시골에 살면서 시집가기 전까지 농사를 지었다. 주로 콩을 심었고 벼농사도 해봤다. 결혼 전까지 청춘을 농사에 바친 셈이다. 이후 국화 등 꽃 재배에 관심이 생겨 나름 작은 텃밭을 가꾸며 귀농생활을 고민했다. 마침 친구가 마을해설사를 모집한다고 알려와 신청하게 됐다. 생각외로 참가자가 많았다. 대부분 시골사람들이라 반가웠다.

-지금까지 마을해설사 교육에 참여해 본 소감은.

△6차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시골 농가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농민들이 도시사람 못지않게 SNS활동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재배부터 가공 과정 등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주문, 판매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정보화시대에 발맞춰 농촌 구석구석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그동안 막연했던 귀농생활 꿈을 2, 3차 산업과 연관 짓고자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웃음).

-농사일을 해본 이로써 우리 지역농업의 현실은.

△과거에 비해 농기계가 발전하고 농사짓기는 훨씬 수월해졌지만 소득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요즘엔 과일이 특출하게 크기가 크고 맛도 좋아야 잘 팔린다. 여기다 수입산 공세로 종류도 다양해졌다. 품질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인가구까지 늘면서 쌀, 과일 등의 소비량도 크게 줄었다.

-시민들이 지역농가 발전에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지역민들이 로컬푸드를 애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수입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은데 우리 지역,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것을 자주 찾지 않아 아쉽다.

-예비 마을해설사로서 포부는.

△농촌생활의 근본은 `공유`경제다. 마을해설사는 창조농업을 이끄는 리더(Leader)로서 농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해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 마을해설사 일을 하며 주민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강연을 통해 6차산업의 장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도 싶다. 지역농가뿐만 아니라 내 삶도 풍요로워 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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