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21) 포항·경주 대협력 시대 …수질개선 기대

▲ 형산생태유수지로 들어오는 거무스름하고 탁한 빛의 유입수.

형산강의 환경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오염원으로 인해 몸살에 시달려왔다. 1960년대 이후 전통적인 오염 원인으로 꼽히는 축산폐수와 함께 지난 1980년대 도시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생활 하수와 산업폐수는 형산강 수질을 더럽히는 주요 원인이 됐다.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수질개선을 위한 시설이 대대적으로 확충되면서 형산강의 수질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잘못된 의식과 환경 훼손 실태에 못 미치는 행정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면서 형산강의 수질환경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형산강 물 관리 문제에 대한 경주시와 포항시의 공조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전례없는 대협력의 시대를 맞아 형산강의 수질개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고질적 축산폐수 문제 해결
경주시 `발빠른 대처` 고무적
침전조 철저한 관리도 약속

매년 3∼4회 발생하던 적조, 올해는 全無
포항시 대대적 하수관거 정비사업 `한몫`

□희망농원 문제 공동화두 떠올라

포항과 경주는 수계를 나누는 밀접한 관계다. 물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동안 크고 작은 갈등도 잦았다. 형산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포항시는 경주시의 형산강 관리에 볼멘소리를 냈고 이를 월권으로 받아들인 경주시와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경북도가 미래 전략과제로 `형산강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두 지자체는 형산강을 매개체로 상생협력 및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형산강의 대표적인 오염원인 희망농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주시가 대대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희망농원은 도내 가금류 집단지역 4곳 중 하나로 분류되는 대규모 양계단지로, 23개 양계농가가 모여 60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이 곳은 형산강 지류인 신당천을 끼고 있어 형산강의 오랜 골칫거리로 지목돼 왔다. 지난 1979년에 조성돼 치외법권 지대처럼 운영되는 음성 나환자(한센인) 정착촌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담당 지자체인 경주시도 함부로 행정력의 잣대를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민·관·군이 참여한 형산강 정화활동 모습.
▲ 민·관·군이 참여한 형산강 정화활동 모습.

□형산강 오염원 개선위해 즉각 대처

경주시는 희망농원 축산폐수로 인한 신당천 오염이 가속하고 민원이 빗발치자 1998년 경주시에코물센터(당시 수질환경사업소)와 두 곳을 연결하는 300㎜ 오수관을 설치해 개선을 꾀했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 부유물로 오수관이 막히는 등 축산폐수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이같은 문제는 본지의 지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고, 포항시는 희망농원을 방문해 침전조 청소현장을 둘러보고 형산강 관리에 대한 경주시의 더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최양식 경주시장은 에코물센터 등 관련부서의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주시는 장비를 동원해 야외 침전조를 청소했으며, 침전조로 닭 사채 등의 부유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스크린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희망농원까지 연결된 300㎜ 오수관로 점검을 마치고, 부유물로 오수관이 막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위센서를 설치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축산과가 침전조 준설 및 부유물질 청소 등을 담당하고 환경과는 강력한 단속을 펼치는 등 역할을 확실히 구분했다”면서 “앞으로 희망농원 축산폐수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망농원복지협동회 대표도 “그동안 축산폐수가 형산강으로 흘러든 문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침전조를 철저히 관리, 경주와 포항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형산강 오염원 개선에 경주시가 즉각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두도시가 김관용 경북지사를 중심으로 공조하고 있는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 영양 염류가 다량 포함된 물이 포항시 형산생태유수지로 유입돼 녹조가 발생한 모습. 이 물은 99%가량 정화처리돼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 영양 염류가 다량 포함된 물이 포항시 형산생태유수지로 유입돼 녹조가 발생한 모습. 이 물은 99%가량 정화처리돼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형산강 수질개선사업 효과 `톡톡`

포항시의 형산강 수질개선사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매년 3~4회씩 발생하던 적조가 올해까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것. 이는 지난해 9월 준공된 형산생태유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형산생태유수지는 평소 양학동, 대이동, 효자동에서 나오는 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비가 오면 초기우수 5㎜ 약 3만t을 유수지 내로 유입한다. 기존 형산강으로 여과 없이 흘러들던 이 물은 24시간 침전 후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최근에는 영양 염류가 많이 포함된 물이 유입되면서 유수지 내에 녹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성분은 99% 가까이 처리돼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형산강 일원은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으로 도시폐수나 산업폐수에 의한 해수의 부영양화로 플랑크톤이 급격하게 이상 증식해 물이 적갈색을 띠는 현상인 적조가 매년 3~4회씩 발생해왔다. 그러나 형산생태유수지가 준공돼 현재까지 360만t을 처리하면서 올해까지 단 한 번의 적조도 발생하지 않는 효과를 거뒀다.

포항시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하수관거정비사업도 형산강 수질 개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포항시 하수시설은 합류식으로 만들어져 비가 오면 생활오수가 빗물에 섞여 형산강으로 유입돼 오염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06년부터 생활오수와 빗물을 분리하는 하수관거정비사업을 추진, 178㎞에 이르는 하수관을 정비했다.

이번 사업으로 영양 염류를 많이 포함한 생활오수 23만2천㎥가 매일 포항하수저리장을 통해 처리되고 있으며, 정화된 오수 중 10만㎥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거쳐 공업용수로 공급된다. 나머지 13만2천㎥는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이 사업은 오는 2018년까지 죽도, 상대, 해도, 효곡동 등 101㎞를 추가 정비할 계획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형산강 수질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포항철강공단유수지를 활용해 공단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을 제거하고, 사고 시 발생하는 화학 오염물질을 처리하고자 `포항 철강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설치사업`으로 환경부에 160억 사업비를 신청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생태유수지 조성사업과 하수관거정비사업 등을 통해 형산강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형산강지킴이, 한국재난구조단 포항지회 등 민간환경단체들과 힘을 모아 형산강의 깨끗한 환경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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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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