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연맹 “규정 논의도 없었다”

선수로서 계속 뛰고 싶어하는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27)이 결국 최대 위기에 놓였다.

대한수영연맹관리위원회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경영 국가대표 후보 22명(남자 11명, 여자 11명)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에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한 여자 선수 다섯 명은 리우행을 확정했다. B기준기록만 충족한 나머지 11명은 FINA의 최종 선택을 기다리며 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일종의 예비 엔트리인 셈이지만 박태환의 이름은 아예 명단에 없다.

박태환은 지난달 열린 리우 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등 네 종목에 출전해 모두 FINA A기준기록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그럼에도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리우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는 처지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지난 3월 2일까지 18개월 동안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한수영연맹관리위원회는 박태환이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 사유에 해당해 선발전 출전과 관계없이 아예 파견 후보에서는 제외했다고 설명한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제1차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박태환에 대한 논의는 아예 없었다.

체육회 규정을 개정하려면 먼저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뜻을 모은 뒤 스포츠공정위원회, 이사회에 차례로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력향상위원장에 선임된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회의를 마친 뒤 “박태환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현시점에서 체육회가 박태환을 위해 규정을 개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6일 “법률의 형평성을 위한 일반적인 법 원칙에 따라 특정인을 위한 규정 개정은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에 대한 요청이 있더라도 이 판단이 번복될 여지는없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제 박태환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끝까지 올림픽 출전을 원한다면 체육회 규정이 이중처벌이라는 주장도 있는 만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보는 게 사실상 마지막 남은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제중재법원 초대 상임위원인 임성우 변호사는 최근 토론회 등에서 “FINA 징계는 끝났는데 대한체육회 징계가 아직 남아있어 선수를 이중처벌하는 격이 된다”면서“박태환 사건은 CAS 중재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방한했던 리처드 파운드(캐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세계반도핑기구(WADA) 징계 외에 다른 징계를 추가한 것은 국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환 측은 당장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박태환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팀 GMP 관계자는 “최근 대한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올림픽 출전과 관련한 체육회의 최종 입장을 물었다. 10일에는 대한체육회장과 면담도 요청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오전 “아직 체육회에서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CAS 제소와 관련해서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이날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박태환이 CAS에 제소해 승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그때 가서 논의할 일”이라고 답했다.

다만, 박태환으로서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국가올림픽위원회의 리우 올림픽 최종 엔트리 등록 마감일은 오는 7월 18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