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라운드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

▲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논타이틀 매치에서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오른쪽)가 티모시 브래들리(미국)에게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복서 매니 파키아오(38·필리핀)가 화려했던 선수 인생을 마감하는 고별전을 압도적인 승리로 장식했다.

파키아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티모시 브래들리(33·미국)와의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논타이틀 매치에서 12라운드 끝에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진은 모두 116-110으로 파키아오의 손을 들어줬다.

파키아오는 앞서 두 차례 대결에서 판정승을 주고받은 브래들리와의 3차전에서 2번이나 다운을 빼앗아내는 압도적인 경기 끝에 2승 1패로 최종 승자가 됐다.

8체급을 석권한 `살아있는 전설` 파키아오는 이로써 통산 전적 58승(38KO) 2무 6패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브래들리의 통산 전적은 32승(13KO) 1무 2패.

오는 5월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파키아오는 이번 브래들리와의 3차전을 앞두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번 매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 매치 이후에 정치 활동에집중하겠다고 진작에 말해왔다.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된다면 커다란 책임감이 부여되는 일이다. 나는 그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파키아오는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 은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경기가 끝난 뒤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 내 마음은 지금 당장 은퇴를 발표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했다.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던 파키아오는 예상대로 경기 시작부터 브래들리를 몰아붙였고, 반대로 브래들리는 수비 후 역습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큰 것 한 방을 노린 브래들리의 양손 훅은 파키아오의 현란한 위빙에 좀처럼 과녁을 맞히지 못했다.

1~2라운드에서 탐색전을 벌인 두 선수는 3~4라운드에서 조금씩 불꽃이 튀기 시작했으나 좀처럼 불타오르지는 않았다. 파키아오 역시 접근하되 깊숙이 파고들지는 않았고, 브래들리는 가드를 굳게 쌓고 파키아오의 허점이 보이면 큰 펀치를 휘둘렀으나 유효타는 적었다. 경기는 자연스레 파키아오의 우세로 전개됐다. 5라운드에서는 줄곧 아웃복싱을 구사하던 브래들리가 조금씩 가드를 내리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경기의 분위기는 점차 격렬해졌다.

하지만 브래들리의 도전은 왼손잡이 복서로 왼손 스트레이트가 필살기인 파키아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6라운드에서 위력적인 펀치를 몇 차례 브래들리의 안면에 꽂아넣은 파키아오는 결국 7라운드에서 한 차례 다운을 빼앗아냈다. 패배 위기에 몰린 브래들리는 저돌적으로 파키아오를 밀어붙였지만, 파키아오의 발 빠른 스텝과 위빙은 이를 상쇄했다. 8라운드에서 브래들리는 우세를 점했지만 9라운드에서 파키아오에게 또 한 차례 다운을 당하며 잃은 점수가 더 많아졌다.

파키아오에게 공세를 펼치다 응징만 당한 브래들리는 이후 12라운드까지 좀처럼 파고들지 못했고, 경기는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승리를 직감한 파키아오는 오른손 잽만 몇 차례 꽂아넣었을 뿐 링을 빙빙 돌다가 경기를 끝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