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락<br /><br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종교에서는 사람들에게 사랑이나 자비, 또는 어진 마음(仁)을 가지라고 한다. 이는 생태적으로 인간은 악의 요소를 소유하고 있거나 태어나서 살아갈 때 악을 먼저 배워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나 자신도 남들이 보지 않을 때에는 나쁜 짓을 하고 싶기에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행동을 조심해야 함이 옳은 것이다.

얼마 전 SBS `TV 동물농장`에서 어떤 사내가 자전거에 개를 묶어서 질질 끌고 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또 최근 한 신문에서는 화살로 순진한 개의 배를 관통 시켜버린 글을 읽었다.

주택지의 도로에는 방음벽을 설치하여 시민들에게 시끄러움을 줄여준다. 그러나 어떤 곳에서는 투명한 방음벽으로 인해 새들이 부딪혀서 보호종 새들마저 죽어가는 실상을 들어본 적이 있다. 고의는 아니겠지만 길가에 투명벽 설치로 죄 없는 동물들을 죽게 하는 인간이란 과연 지상의 운영을 맡을 최고의 종(種)이 될 수 있을까?

근래에는 바둑판같이 가로세로 길을 뚫어서 도로가 잘 닦여 있다. 그 위로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신나게 달린다. 인간들은 신나게 드라이브 할 수 있겠지만 짐승들은 절벽에 추락해 버리거나 달리는 차에 로드 킬을 당할 수 있다. 일반 길에도 야간에 차가 달리면 소음 번쩍이는 불빛으로 짐승들에게는 살 곳이 못 된다. 결국 짐승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지상에는 인간만이 북적댈 것이다.

또 강물은 댐으로 막아서 인간에게 유용하게 만들어 두었다. 그러나 물길이 막혀버려서 물고기들은 깊은 물에서 먹고 살 범위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촘촘한 그물로 고기를 싹쓸이 잡아버린다. 기생충에도 많이 걸린다.

이렇게 짐승을 함부로 잡아버리는 사람은 그의 성격이나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마음의 성숙도는 커 나온 환경에서 만들어 진다. 가정교육의 부재, 밥상머리 교육이 없는 자들이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자들은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취미 생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두는 그곳에 심취할 수 있고, 취미활동은 인간들의 마음을 가뿐하게 하여서 내일을 잘 준비하게 한다. 그러나 닭싸움이나 개싸움에서 돈내기를 하는 취미는 지옥에 들어가기 직전, 입구에서 먼저 들어가려고 하는 행동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짐승들이 병을 앓거나 다친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천당에 들어가기 싫어도, 하나님이 끌어당겨 넣어버릴 정도로 선행을 하는 경우이겠다.

`TV 동물농장`에서는 짐승에게 무한히 애정을 보내는 자가 있는가하면 짐승을 괴롭히면서도 일상생활을 부담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보여준다. 생물을 괴롭히는 나쁜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가정에서 그 부모의 행위를 보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일을 했을 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지 못했고, 나쁜 짓을 했을 때에도 부모의 꾸중을 듣지 못하는 무관심의 결과물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동물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인격자는 그의 자식들을 사랑하면서 훌륭한 인격으로 키울 수 있을까? 짐승에 악행을 하는 어른은 과연 학교에서 선생님과 진지하게 자식의 장래를 걱정할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가정교육을 한다면 미래에 자식이 훌륭한 인물이 된다고 굳게 믿을 수 있을까?

얼마 전 TV에서는 미국의 어느 아주머니가 잃어버렸거나 병들었거나 상처를 받아서 길거리에서 신음하는 고양이 80여 마리를 키우다 보니 집안은 온통 고양이 천지였다. 기자가 그녀에게 “귀찮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니 “같이 사는데 불편이 없고 오히려 긴장이 풀려요”라고 대답했다. 그 여자가 고양이 세계에서 석가모니나 예수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서 나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