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태 스포츠팀

최근 포항스틸러스 팬들은 포항의 경기력에 의문을 제시하며 자조 섞인 원망을 자주한다.

`포항이 과거의 포항이 아니다` `선수들을 다 팔아 먹으니 당연한 결과` 등 최근 포항스틸러스 경기력에 대해 날선 비판이 스틸러스 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 시즌 부임한 최진철 감독은 물론 구단 운영진에 대한 비판도 적나라하게 실렸다. 지난 16일 ACL 3차전 시드니FC 와의 경기 직후 비난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한 팬은 `극단적인 사이드플레이와 넓어진 선수간격... 스틸타카 상실...`이라는 글을 실어 이날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또 다른 팬은 `포항 축구를 보고 싶은 것 뿐입니다....질 때 지더라도 우리(포항) 축구를 해달라 이겁니다...우승 경쟁은 택도 없고 광주, 인천, 상주 등과 순위 싸움을 해야 할 수준입니다. 정신들 좀 차려 주세요`라는 글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사실 팬들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까지 5경기(ACL 플레이오프 포함)를 치렀던 포항은 2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별로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뼈속까지 `전통성`을 강조하는 골수팬들의 눈에는 만족치 못한 결과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승패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더라도 포항답게, 이기더라도 포항답게`라는 `축구종가 포항`으로서의 자부심이 밑바탕에 깔린 의미일 것이다.

ACL 2차전인 우라와와의 경기에서 포항이 승리했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승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 역시, 승부에 연연한 포항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ACL 3차전이 끝나고 나흘 만에 `포항의 색`을 찾았기 때문이다. 20일 인천전. 전반 중원 압박이 성공하면서 경기를 지배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심동운이 선제골을 성공시켜 기선을 제압한다. 후반전은 더했다. 후반 11분 최호주에 이어 후반 18분 문창진이 투입된 포항은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공수 간격 유지는 물론 상대 역습 또한 무리 없이 잘 막아내는 등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이날 경기는 16일 시드니전과 비교해 극과 극을 보여준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최진철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것을 내려놨다”고 그는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통화에서 첫 마디로 `밋밋하면 인생이냐`며 기자에게 농을 건냈지만, 내심 걱정을 덜었다는 안도감이 물씬 느껴졌다. 지난 5경기를 치르면서 최 감독의 고민이 가득히 베인 한 마디였음을 직감했다. 최 감독의 안도감처럼 이날 경기력는 최상이었다.

그렇다면 나흘 만에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준 포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최 감독은 시드니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축구를 하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훈련시간과 양 등을 조절했고, 자신도 승부에 대한 집착을 떨쳐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의 변신에 선수들도 변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나흘 전 포항스틸러스의 무기력함을 모두 떨쳐버리며 아시아를 호령했던 지난 날로 되돌아 온 것이다.

최 감독은 인천전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서두를 것 없다. 여유롭게 하자. 가꾸고 노력하다 보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하다”

포항구단을 사랑하는 팬들도 섣부른 비난을 훗날로 미뤄야할 때이다. 이제 시즌이 시작 됐을 뿐이다. 지적의 화살 보다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격려, 믿음과 무한 사랑을 보낼 때 `우리는 포항이다` 전통 있는 포항구단이 더욱 성장하리라 믿는다.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