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9) 흥곡약주

▲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주 흥곡약주가 지난 15일 농협중앙회장 취임기념 오찬 행사에서 건배주로 사용됐다.   <br /><br />/흥곡약주 제공
▲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주 흥곡약주가 지난 15일 농협중앙회장 취임기념 오찬 행사에서 건배주로 사용됐다. /흥곡약주 제공
약주(藥酒)는 본래 약효가 있는 술을 말하거나 처음부터 약재를 넣고 빚은 술을 가리켰다. 점차 `맑은 술`을 뜻하는 의미로 변천되고 술의 높임말로도 쓰이게 됐다. 조선시대 때 왕과 왕비 등이 건강에 좋은 약술을 매일 반주로 마셨는데, 가뭄이 심하거나 흉년이 들면 곡식이 부족해지므로 금주령을 내렸다. 이때 특권계층이 금주령을 피해 술을 마시려는 핑계로 `약으로 술을 마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점잖은 사람이 마시는 술을 약주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찹쌀·누룩 그리고 농민의 정성으로 빚은 전통주
중년층 “옛날 어머니가 곡식으로 만든 술맛” 칭찬

현재 약주로 팔리는 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쌀 등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여과시킨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쌀과 누룩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담근 맑은 술을 말한다. 이 `소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만든 술이 바로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주 `흥곡약주`(대표 이진희)다.

북구 신광면 흥곡리(興谷理)에 자리한 탓에 흥곡약주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곡 자는 `곡식 곡(穀)`자를 쓴다. 찹쌀로 만든 술이기 때문이다. 신광면에서 재배한 찹쌀을 전량 사용하는데 주변 농민들과 상생하기 위한 이 대표만의 철학이자 약속이다.

이 대표와 전통주와의 인연은 가정사(家庭事)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의 친정어머니는 집에서 직접 술을 담가 이웃과 나눠 먹거나 제사 때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어머니가 전통주 담그던 손놀림을 곁눈질로 보고 배운 이 대표에게도 그 손맛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10여 년 전 포항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한 전통주과정에 참가하면서 6개월간 전문가로부터 배우며 손맛에 품격을 더했다. 이후 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3년 사업장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흥곡약주를 담그기 시작했다.

그는 “청정지역인 신광면은 비학산 줄기 아래 자리하고 있어 공기가 좋고 특히 물이 깨끗하다. 좋은 공기로 숨 쉬고 맑은 물을 마신 쌀을 사용해 술을 담그니 그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자랑했다.

흥곡약주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겉보기엔 일반 공장에서 만든 맑은 술과 비슷하지만 재료에서부터 제조과정을 들어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과 찹쌀, 누룩만 넣어 술을 만드는데 모든 과정은 이 대표의 손을 거쳐 간다. 그만큼 한 단계, 한 단계마다 정성이 필수요소다. 찹쌀을 지어 술을 담그기까지 보통 7~10일이 소요되는데 여기다 최소 숙성시간 2개월간 공을 들여야 한다. 실온에 둔 상태에서 술을 걸러 항아리에 옮기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최대 6개월은 기다려야 흥곡약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흥곡약주 이진희 대표
▲ 흥곡약주 이진희 대표
이 대표는 “흥곡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깔끔한 맛과 은은한 향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데 과일향이 난다며 향을 첨가했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있다. 정작 술을 만든 나는 잘 모르겠다.(웃음) 특히 중년층이 옛날에 시골이나 촌에서 어머니가 곡식으로 만든 술맛이 난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술을 담그는 장인이니 주량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량을 물어보자 이 대표는 “술을 못 마신다”고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농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다 보니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게 만만찮다고 털어놨다. 농사짓는 사람에겐 농사 외의 일이 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그 와중에 전통주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고.

이 대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화학주인 소주나 막걸리를 전통주로 알고 있어 진짜 전통주가 무엇인지 그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쉼터처럼 작은 카페같은 공간을 만들어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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