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세기의 대국 첫판
알파고에 충격적 `불계패`

`쎈돌` 이세돌 9단(入神)이 인공지능과의 역사적 첫 대결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첫판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에 18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와 대결때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보였다. 이세돌 9단이 “한 판이라도 지면 알파고의 승리”라며 5전 전승을 점쳤을 때의 알파고가 아니었다.

이세돌 9단의 스승인 권갑용 8단은 “알파고는 엄청 잘 두는 듯하다”며 “간혹 어려운 수에서 실수 같은 수를 놓았지만, 수읽기가 굉장히 세다”고 평했다. 제5국 심판을 맡은 이다혜 4단도 “오늘 경기만 보면 알파고는 최정상급”이라고 평가했다.

상대가 자신의 예상보다 센 것으로 나타나자 이세돌 9단이 흔들렸다.

심리 상태도 대국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8단도 대국 중 긴장한 듯 웃거나 굳은 표정을 짓는 이세돌 9단을 보고 “세돌의 저런 표정은 처음”이라고 놀랐을 정도다.

속을 알 수 없는 알파고의 기풍도 당황스러웠다.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이 우상귀 소목에 첫 수를 두자 알파고는 1분30초 시간을 끈 뒤 좌상귀 화점에 돌을 놓았다. 알파고는 첫 수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듯했지만, 이는 대부분의 수를 1~2분만에 두는 일관적인 모습으로 이어졌다. 또 전투할 때는 기계처럼 저돌적이었다.

이 4단은 “사람은 순간순간 타협을 하기 쉽다. 그러나 알파고는 전투가 벌어지자 타협을 하지 않았고, 된다 싶으면 끝까지 갔다”며 “사람은 심리가 흔들리는데 기계이다 보니 물러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국에서 일방적 기 싸움을 벌여야 했던 이세돌 9단은 종잡을 수 없는 알파고의 수에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에게 5대 0으로 완패한 유럽 프로기사 판후이 2단도 감정이 없는 알파고를 상대하다가 스스로 무너졌다.

다행히 낯섦은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다.

이세돌 9단은 첫판에서 지면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결승 3번기, 5번기에서 첫판을 지고 들어간 경험이 있어서 판후이처럼 첫판을 진다고 해도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첫 판 결과에 개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알파고와 대국하는 기분을 경험한 이세돌 9단은 10일 제2국에서 만회를 노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