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6)친정애부추농원

▲ 친정애부추농원의 대표 상품인 부추즙.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지만, 여전히 가족애(家族愛)는 살아있다. ㈜친정애부추농원(대표 이정훈) 인터넷홈페이지의 `구매후기`코너에는 간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잦은 야근으로 피로한 남편, 손발이 찬 아내 등 가족을 위해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의 사연이 약 89페이지에 걸쳐 남겨져 있다. 친정애부추농원이 지닌 `가족력(家族力)`이다.


“부추즙 먹고 임신했어요” 인터넷후기 수두룩
41년 `부추농사 박사`로 통하는 부모 가업 계승
무농약 친환경재배 `농산물우수관리` 인증받아


가족의 힘은 포항시 북구 기계면 내단리에 뿌리 내린 부추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정훈(32) 대표는 부추농사를 `오래` 지으신 부모님에 대한 소개로 운을 떼었다. 올해로 41년째, 이제는 지역 내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부추농사박사`로 통하는 부모를 따라 이 대표는 일찍이 가업(家業)을 잇기로 결심했다. 대학시절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부추를 이용해 `색다른 것`을 시도해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어느새 그는 6년차 전업농부다.

“아직 젊어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 밭에서 부추농사를 짓는 게 가장 어렵긴 하다. 특히 추운 날씨에 고된 노동을 하다 보면 고통스럽다는 걸 느낀다. 투정을 부리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극심한 고통까지는 아니다.(웃음) 그보다 재미가 더 크다”

듣고 보니, 이 대표가 부추농사를 어렵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었다.

우선 친정애부추는 경영철학이 비슷한 농가들이 모여 조성된 친환경 단지에서 재배된다. 여기다 농약 등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일반 농가들 사이에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까지 받았다. 무(無)농약 부추재배 4년차로 내년엔 유기농 제품으로 전환할 계획까지 비장하게 세웠다.

부추가 마시는 물 한 방울에도 공을 들였다. 지하 100m에서 끌어올린 천연암반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깨끗하고 맑은 물로 뿌리를 축인 부추는 유달리 싱싱하고 건강한 것이 특징이다.

갖은 정성들여 재배한 친환경·무농약 부추는 생물로 공급하기도 하지만 부추즙, 부추환 등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매운 채소에 속하는 부추는 즙으로 만들면 양파나 흑마늘을 짠 것처럼 매운 향을 내는데 풀을 달이면 생기는 떫은맛까지 더해져 목 넘김이 쉽지 않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대추를 가미해 부추 특유의 향과 시고 매운맛까지 한 번에 잡았다.

 

▲ 친정애부추농원의 이정훈 대표.
▲ 친정애부추농원의 이정훈 대표.

가장 좋은 원재료로 만든다는 자부심 아래 설탕 등 어떠한 인공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최상의 제품을 완성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야 몸에서도 효능을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력상품인 부추즙의 효능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부추는 동의보감에 `간(肝)의 채소`로 기록돼 있어 간 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의 원인인 간을 회복시킴으로써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준다. 이러한 효능 덕분에 주로 불임부부들이 부추즙을 찾는다. 말(言)이나 글 대신 부추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이 가족애를 전하는 매개체가 된 가장 큰 이유다.

이 대표는 “10살 차이 나는 큰 누나를 포함해 누나가 총 3명인데 모두 시집을 갔다. 누나들이 결혼 후 임신에 어려움을 겪자 어머니가 부추즙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친정엄마의 사랑`을 뜻하는 `친정애(愛)`를 붙여 상호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부추즙을 먹고 임신했다`는 인터넷후기가 많다. 굉장히 반응이 좋아 큰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란 없는 것처럼 무조건 임신이 된다고 장담까진 못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부추즙의 인기에 힘입어 건빵과 초코크런치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추를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생산에서부터 가공, 판매까지 직접 맡아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농사는 일한 만큼만 벌 수 있다`고 여겨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줄이고 소비자가격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아직 판매물량이 많은 편이 아닌데다 사업장 규모도 크지 않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가족인 주변 농가들의 제품을 활용해 식품종류를 다양하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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