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5)스킨세이브

▲ 스킨세이브 김근자(왼쪽) 대표가 지난 2014년 포항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메기비누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스킨세이브 제공

어떤 일이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스킨세이브` 김근자 대표는 어릴 적부터 여드름 등 각종 피부병을 앓으며 누구보다 건강한 피부를 꿈꿨다. 출산 후엔 고통이 더해졌다. 아토피가 심해져 피부는 늘 건조했다. 비싼 제품을 사다 바르고 좋다는 것을 수소문해 발라봤지만 오히려 피부가 뒤집히고 증상은 악화됐다.

영양성분 풍부해 아토피·여드름치료에도 효과
과일껍질서 추출한 향 첨가 아동·군인도 좋아해


17일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스킨세이브 매장에서 만난 김근자 대표의 얼굴에는 18년간 고통에 시달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창가의 햇빛에 반사된 김 대표의 피부는 모공마다 수분을 머금은 듯 촉촉함을 빛냈다.

그는 “예전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으면 제 못난 피부만 보는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눈동자만 가끔 빼꼼이 들었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집 밖에도 안 나갔고 늘 집에 머무르며 살림살이가 전부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전래민간요법`이란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았다”며 사연을 풀어놨다.

책에서 알려준 해답은 `자연`에 있었다. 김 대표는 각종 전문서적을 섭렵하며 연구를 시작해 직접 천연재료로 비누를 만들어 사용했다. 하루가 다르게 피부가 개선되자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먼저 그 효능을 알아챘다.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 2006년 천연비누 매장까지 열었지만, 이미 포항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는 천연비누 열풍이 일어 반응이 좋지 않았다. 특별한 무언가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두려움이 닥쳤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싶어 고민이 많았다.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마침 남편과 과메기를 안주삼아 술 한 잔씩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남편이 `과메기`를 아이템으로 던져줬다”고 회상했다. 당시 “과메기는 비린내가 나서 안 된다”며 펄쩍 뛰었던 김 대표는 막상 과메기의 효능을 찾아보고서야 실제로 피부에 유용한 성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을 바꿨다. 과메기 오일 추출물을 천연비누 제조 과정에 더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역시나 비린내가 문제였다. 각종 약초와 허브 등을 찾아 연구하며 밤을 지새우는 날이 이어졌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비법`을 구한 김 대표는 노력의 결실로 `과메기비누`를 탄생시켰다. 좀 더 세련된 명칭을 붙이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과메기비누로 해야 한다`는 남편 말을 따랐다.

 

▲ 스킨세이브의 대표제품인 과메기비누 세트상품.
▲ 스킨세이브의 대표제품인 과메기비누 세트상품.

공들여 만들었으니 `대박`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종 행사장에서는 사람들이 `비린내가 날 것 같다`며 멀리 피해 돌아가는 모습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도리어 `최소 10년은 버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제품 개선에 몰입했다. 과메기비누를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귀담아 듣고 유명한 천연비누들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며 비교도 해봤다.

그 중에서도 김 대표는 천연비누의 가장 취약점인 형태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경화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천연비누의 특성상 물에 닿으면 금세 녹아 제품을 끝까지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2년간 수차례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 때 버린 제품만 트럭 한 대에 달했다.

직접 고통을 경험해 봤기에 더욱 간절히 연구에 몰두한 결과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졌다. 딸기와 오렌지, 사과 등 과일껍질에서 추출한 향을 더해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비누를 완성했다. 거품을 더 풍성하게 하고 첫 모양 그대로 단단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촉촉한 비누였다.

가장 큰 특징인 오메가3 함량이 높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칼슘 등 영양성분이 풍부해 아토피와 여드름 등을 개선하고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은 유지했다. 덕분에 주 고객은 여성들이지만 최근엔 아이들과 군인들에게까지 인기를 얻었다.

과메기비누의 탄생에서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김 대표의 곁엔 늘 남편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특산물이라고 강조하던 남편은 김 대표보다 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자신이 끌고 다니던 트럭에 과메기비누를 붙여 여기저기 다니고, 현수막도 자주 바꿔 달았다. 별도로 비누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각종 행사에도 함께 했던 `조력자` 남편은 지난달 하늘로 먼저 떠났다.

최근엔 불경기까지 겹쳐 힘든 상황이 이어졌지만 김 대표는 단골들이 있어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이 일을 관두면 그 분들은 어떻게 할까 싶어 걱정부터 앞선다.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예의라고 생각해 실망시키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더 연구해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일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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