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4)꽃젓갈

▲ 꽃젓갈 이성자(오른쪽) 대표가 일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꽃젓갈 제공

유명 셰프만큼이나 일반 주부들도 식재료의 선택에 까다로운 편이다. 기본 20~30년의 주방경력을 자랑하는 주부들은 웬만해선 요리가 `맛있다`고 칭찬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베테랑 주부들 사이에서 긍정의 입소문을 타기란 어려운 법이다.

이 가운데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액젓식품기업인 `꽃젓갈`의 제품은 주부들이 먼저 나서서 “꼭 맛을 보라”고 추천한다.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이 “꼭 맛 보라”고 추천
인기 좋아도 품질관리 위해 소량만 판매 고집


`꽃젓갈`이성자 대표는 5년 전 젓갈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모친이 20년째 젓갈장사를 하다 보니 어깨 너머로 보고 배웠다. 일을 시작한지는 5년째이지만,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건 3년 됐다”고 말했다.

꽃젓갈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대표가 만든 젓갈은 어머니의 손맛과는 다른 과정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보통 제품을 4~5개월 정도 숙성시켜 출하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이 대표는 2년간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일반 제품은 맑은 액젓이라도 요리에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반면 꽃젓갈은 개봉 후 바로 찬물에 떨어뜨려 먹어도 비린 맛이 나지 않는 비결이다.

 

▲ 꽃젓갈의 멸치액젓 제품.
▲ 꽃젓갈의 멸치액젓 제품.

이 대표는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고 믿는다. 따라서 멸치 등 생선의 경우 반드시 내장이 터지지 않은 것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젓갈은 생선의 머리가 떨어지거나 내장이 터진 제품을 사용하기 쉬운데 이 대표는 오직 완제품만 고집한다. 간장 빛이 도는 일반 액젓과는 달리 꽃젓갈은 와인색을 띄는 이유다. 소금은 2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만 사용한다. 저온에 숙성시킨 젓갈이 천연조미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염도도 낮은 편이다.

여기다 2년간의 숙성기간 동안 서서히 시간을 두고 깊은 맛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최고 14~18℃의 온도를 유지한다. 숙성실을 마련한 흥해읍 금장리는 삼면(三面)이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소음이 거의 없다. 이 대표는 숙성실에 24시간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이 살아있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위생`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젓갈 제조과정이 청결하지 않다고 여겨 구입해 먹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언제, 누가 숙성실을 찾더라도 항상 개방할 수 있도록 위생관리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거친 뒤 젓갈을 첫 개봉하면, 된장 위에 곰팡이가 피듯 젓갈 표면 위에 마치 꽃 모양의 결정체가 맺힌다. 이러한 의미에서 붙여진 `꽃젓갈`이라는 상호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견딘 젓갈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이름이다.

 

▲ 영덕대게와 멸치로 만든 꽃젓갈의 신제품.
▲ 영덕대게와 멸치로 만든 꽃젓갈의 신제품.

최근 꽃젓갈은 영덕대게와 멸치를 액젓으로 담근 제품을 `우리나라 최초`로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영덕대게의 가격이 비싸 젓갈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이 대표는 `도전`을 통해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념을 깨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주위에서는 `유사제품이 나올 수 있다`며 특허신청까지 말렸다고 했다.

꽃젓갈을 맛본 사람들은 어떤 음식에 곁들여도 맛이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꽃젓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갓 지은 뜨거운 밥에 젓갈을 서너 방울 떨어뜨려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김 바르는 솔로 재료에 살짝 발라 굽거나 튀겨 조리하면 소금의 짠맛이 아닌 깊고 구수한 맛을 낸다.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는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까지 잡아주고, 불고기양념 등 어떤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리는 것이 꽃젓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꽃젓갈 인기를 이어가기 위한 나름의 사업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50통의 제품만 팔기로 정했다. 물론 앞으로 판매량을 조금 늘리겠지만, 억지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 공정으로 만들지 않고 처음 계획한 소량 그대로 맛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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