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붉은 원숭이 해` 띠풀이
12지의 아홉번째 동물 `원숭이`

▲ 그림/한국화가 권정찬 화백
▲ 그림/한국화가 권정찬 화백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
지혜·재주 많고 부의 상징 여겨져
방심하면 스스로 발등 찍을 우려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의 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동양학의 한 줄기였던 명리학적으로 하늘과 땅에 퍼진 모종의 기운을 의미하는 육십갑자(六十甲子) 간지(干支)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삶을 영위 해 왔다.

특히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육십갑자에 따라 붙여진 이름과 띠의 의미를 새기면서 한 해의 소망과 운을 점쳤다.

올해는 병신년의 천간(天干)인 `병(丙)`이 화(火)의 영역이어서 적색을 상징해`붉은 원숭이의 해`인 셈이다. 붉은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영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신년의 지지(地支)인 `신(申)`은 유(酉, 닭)와 더불어 금(金)을 상징하는 오행으로, 동물로는 원숭이에 해당하며, 인(寅, 범), 신(申, 원숭이), 사(巳, 뱀), 해(亥, 돼지)의 하나로 이동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주관하는 지지다.

예로부터 `동국무원(東國無猿)`이라 해서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아 원숭이에 얽힌 이야기가 그리 흔치 않다. 원숭이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 왔는지에 관한 확실한 기록은 없다. 다만 조선 초기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선물용으로 들어온 듯하다는 가설만 있다. 그러나 원숭이 상(像)이나 조각 그림은 통일신라부터 무덤의 호석·부도·고분벽화·석관 등에 보인다. 이들 유물은 모두 불교가 전래된 이후의 것들이다.

원숭이해는 육십갑자에서 갑신(甲申)·병신(丙申)·무신(戊申)·경신(庚申)·임신(壬申) 등 다섯 순행한다. 12지의 아홉 번째 동물인 원숭이(申)는 시각으로는 오후 3시에서 5시, 방향으로는 서남서, 달(月)로는 음력 7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갖가지의 만능 재주꾼이고, 자식과 부부지간의 극진한 사랑은 사람을 뺨칠 정도로 애정이 섬세한 동물이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불교를 믿는 몇몇 민족을 제하고는, 원숭이를 `재수없는 동물`로 기피하면서도 나쁜 기운(邪氣)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좋은 건강·성공·수호(보호)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원숭이가 우리 민족에게 비친 대체적인 모습은 구비전승에서는 꾀 많고 재주 있고 흉내 잘 내는 장난꾸러기로 이야기된다. 도자기나 회화에서는 모성애(母性愛)를 강조하고, 스님을 보좌하는 모습, 원숭이가 부귀 다산을 의미하는 탐스러운 포도알을 따먹는 모습,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으로 많이 표현되고 있다.

옛날에 사람은 원숭이를 좋아하고 원숭이가 길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원숭이 후(猿)자와 제후 후(侯)의 발음이 같아 원숭이는 곧 재후,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조선시대까지 높은 직위는 부와 명예를 모두 포괄하는 인생의 지복(至福)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숭이는 길한 부호의 상징이 돼 버렸다. 그림 속에서 원숭이는 길한 상징과 축복 부호 등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세시풍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봄에 원숭이 모양의 장식품을 꿰매서 처마 밑에 거는 것은 `봉후(縫猿·원숭이를 꿰매다)`와 `봉후(封候·제후로 임명하다)`의 발음이 유사한 이유로 꿰맨 원숭이를 걸면 길한 일이 생길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동물 가운데 지혜 겨루기와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유독 원숭이가 많이 등장한다. 원숭이가 음식을 공평하게 나눈다면서 자기가 다 먹어 버린다는 원숭이 재판이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원숭이의 교활성이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만 자기의 눈앞의 이익만을 다투다가 결국 그 조그마한 이익마저도 놓치고 만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다.

반면 신격으로 우러러 받드는 스리랑카를 비롯한 불교국가를 제외하고는 원숭이는 사람을 너무 많이 닮은 모습이나 간사스런 흉내로 재수 없는 동물로 인식해 잔나비로 대칭(代稱)하고, 아침에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표현한 것처럼. 세시풍속에선 새해 첫 원숭이날을 사람날이라고 해서 육식을 피했고 제주도에선 이날 나무를 베면 손을 베거나 다친다며 벌목을 하지 않기도 한다.

봉산탈춤 양주별산대 강령탈춤 은율탈춤 등 탈놀음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모두 인간의 외설스러운 음험한 행위를 적나라하게 흉내냄으로써 파계승의 형식적 도덕과 신장수의 비향을 직설적으로 폭로했다.

원숭이해에 태어난 잔나비 띠는 천부적인 재질과 지혜, 재주를 지니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재주를 너무 믿어 방심하므로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면도 있다고 한다. 흔히 원숭이꾀 하면 잔꾀를 연상하게 돼 가볍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병신년 올 한 해에는 잔꾀가 아닌 큰 꾀와 슬기로 승화돼 평화롭고 알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자료제공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류동학 혜명인문명리아카데미 원장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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