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켐텍 직원이 포항제철소 내 내화물 작업을 하고 있는 광경. <br /><br />
▲ 포스코켐텍 직원이 포항제철소 내 내화물 작업을 하고 있는 광경.

철강도시 포항에 힘든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국내외 철강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국제유가의 하락 등 어느 것 하나 호재는 없고 온통 악재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지난 1997년 IMF시절의 그 혹한 시련도 극복해 낸 철강도시 포항의 저력을 다시한번 발휘해야 한다. 병신년 새해 다 함께 힘을 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자.

달러화·국제유가 하락 등 악재, 세계 철강사 줄도산
R&D 지속적 투자와 철저한 자구노력만이 살 길


◇호재는 없고 온통 악재뿐

달러화와 국제유가 하락이 올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은 운송비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도 작용하지만,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경우 조선·철강업계의 수출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의 동국제강, 세아제강, 넥스틸, 아주베스틸 등 강관과 후판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저유가에 의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용 소재로 빠질 수 없는 강판으로 선박을 건조할 때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다. 한 척의 초대형 유조선을 만들 경우 약 3만5천t의 후판이 소요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까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의 후판 내수 판매량은 608만5천150t으로 전년 동기(631만4천302t) 대비 22만9천152t이나 줄었다. 후판시장 침체로 동국제강은 지난해 8월 포항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아픔도 겪었다.

국내 철강업체는 연구개발(R&D)비도 확 줄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철강사들의 연구개발비는 총 3천956억원으로 전년동기(5천574억원) 보다 1천618억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철강부문)의 경우 연구개발비 합계는 3천78억원으로 전년 보다 36%(1천733억원)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전년도보다 96억원 늘어난 674억원을 투입하는데 그쳤다.

 

▲ 용광로 사이로 붉은 쇳물이 이글거리고 있다.
▲ 용광로 사이로 붉은 쇳물이 이글거리고 있다.

◇업체마다 구조조정 뒤숭숭

병신년 새해 철강업계의 화두는 구조재편. 업체마다 몸집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을 것이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포스코는 올해 계열사 구조재편작업을 더욱강화할 것이고, 가동률이 떨어진 현대제철 역시 구조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상당부분의 군살을 빼낸 동국제강, 수출부진에 가동률이 뚝 떨어진 세아제강 등 나름대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까지 철강 제조사들의 매출은 감소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된 곳도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제품 단가가 하락하면서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으나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의 대가로 이익이 반짝 증가한 것이다. 특히 57개 메이저급 철강 제조업체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7.4%를 기록했다. 2014년의 5.4%보다 무려 2%포인트 높아졌다. 그야말로 저원가 조업 시스템 구축, 각종 비용 절감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철강업체들의 이러한 피눈물나는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녹록치 않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제철소 내부 설비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제철소 내부 설비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체들도 줄도산

`산업의 쌀`인 철(鐵)가격이 생수값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냉연·전기강판의 소재로 쓰이는 열연제품이 지난 2008년 t당 99만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t당 49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를 환산하면 1㎏당 490원 정도로 국산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500ml당 850원(편의점 판매가 기준)임을 감안하면 물 값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이런 현상의 주범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강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다. 하지만 무리한 공장 증설 여파로 철강 생산·공급량은 급증한 반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되는 장기 저성장으로 철강 소비가 급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비 둔화세가 뚜렷해지자 중국 철강사들은 잉여 생산 물량을 전세계로 마구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정도 늘어난 6천158만t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1억t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미국 2위 철강 생산 기업인 US스틸은 최근 1년간 주가가 70% 가까이 폭락했고 지난해 북미지역 직원 3천명을 해고했다. 영국 최대 철강사 레드카 제철소도 최근 부채 상환 압박을 견디다 못해 폐업을 신청했다.

중국 최대 제철공장인 판청강이 지난해 9월 파산한 데 이어 10월에는 중국 2위 민영 철강 기업인 하이신강철이 경영 적자에 따른 부채 상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위기 어떻게 넘겨야 하나

포스코는 중국산 공세로부터 내수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저렴한 원가 설계를 통한 수입 대응재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또 고객 회사와 공동 제품 개발을 하고 개별 고객사에 특화된 솔루션 제공으로 `자사 제품만을 쓰도록 묶어두는 전략(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화력발전설비 교체투자 실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제철은 1천295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 2냉연공장에 고급 자동차용 고강도강판(아연도금강판과 알루미늄도금강판 등) 생산 설비를 완공해 연간 50만t을 공급한다. 고객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핵심고객관리(KAM) 조직까지 신설했다. 또 포항공장의 특수강 공장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을지로 페럼타워 매각과 포항 2후판공장 폐쇄로 지난해 2,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실현했다. 어느 정도 몸집을 빼 탄력받은 동국제강은 올해도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올인할 방침이다.

철강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체들도 이제부터는 끈질긴 내구력(耐久力)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결국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철강전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혁신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꾸준한 연구기술개발(R&D)과 뼈를 깎는 내부 절약만이 그 해답이라는 것이다.

“지역의 `철강맨`들이여 오뚜기처럼 일어서자”
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교체투자
블루밸리 산단 신사업 유치도 급해

“지난해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회사경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철강공단 전체적으로도 무척 힘든 한해를 보냈습니다. 올해는 철강경기가 좀 살아나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아 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만나자마자 걱정부터 털어놨다. 데크플레이트 제품이 공장 야드에 가득 쌓인 제일테크노스를 찾아 그를 만났다. 나 이사장은 올해도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부터 꺼내 놨다. 그는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제일테크노스도 올 한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말까지 포항철강공단내 277개사 345개 공장(가동 311개사)의 생산량은 누계기준으로 11조7천733억원에 그쳐 연간 목표(18조 169억원) 대비 78.4% 수준으로 당초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역시 연간 목표가 46억9천538만 달러인데 지난해 10월말까지 거의 절반수준인 28억2천814만달러에 그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철강공단 업체들의 고용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전체 고용자수가 1만5천525명으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632명이나 감소했다는 것. 이같은 고용률은 지난해 연말 집계까지 합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야말로 그동안은 어떻게든 버텨왔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살아 남느냐 하는 `생존(生尊)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포항제철소 전경.
▲ 포항제철소 전경.

특히 달러화 강세, 유가하락 등 국제적 복합 요인이 올해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유가하락은 운송비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도 작용하지만,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경우 조선·철강업계의 수출입 전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

가장 우려되는 것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메가톤급의 악재다. 세계 각국의 뭉칫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 칠 것이고, 더구나 돈줄을 죄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들은 자국 경기회복을 위한 `돈 풀기`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국내 경기는 물론 포항의 철강경기조차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점에서 1조원 이상 투입돼 단기간 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교체투자와 포항-울산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자동차부품업체 유치, 국가산단 블루밸리에 신사업 유치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그 어려운 IMF시절의 혹한 시련도 극복해 낸 철강도시 포항의 저력을 다시한번 믿는다. 포항의 `철강맨`들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것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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