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한 해가 가니 또 다른 한 해가 온다. 절기상으로도 세상사 흐름으로도 크게 새로울 것 없이 동일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것이니, 중장년층에게는 연말연시가 그리 대단할 리가 없다고 본다. 연말연시를 무언가 특별한 계기로 삼아 장사를 잘 해보자거나 공부를 잘 해보자는 등의 작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삶이 길어져서 80년이라 해도 춘하추동을 80번 정도만 겪어 볼 수 있고, 많은 이들이 몇 십번을 겪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무언가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매사에 겪는 예측불허의 사건과 위험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1년과 하루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지구의 자전속도는 24시간으로 낮과 밤이 12시간씩이다. 그리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365.2425일이 걸리고, 이것이 1년이다. 그래서 400년 중에 303년은 1년이 365일이고, 97년은 1년이 366일이 되었다. 이러한 자전과 공전속도가 인간의 생체리듬과 그에 따른 사회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자전으로 인해 낮과 밤이 12시간씩이고, 우리는 8시간 일하고, 8시간 정도 여가생활을 하며, 나머지 8시간 정도는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간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데 걸리는 공전속도도 생명체의 생활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한 달은 30일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약 3개월 단위로 규칙적으로 바뀌고, 조수간만, 식물의 개화와 결실 등 모든 자연계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작동한다.

왜 이런 것들을 따져 봐야하지? 하고 묻는 것은 우리 인간이 왜 공부를 해야하지? 하고 묻는 것처럼 대답이 간단할 듯 하면서도 쉽지 않다. 물론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사회며 제도란 무엇인가처럼 철학을 넘어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역사상 많은 이들이 사고하고 체계를 세워가기도 했겠으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은 그 사회의 틀 안에 안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시민들이 사고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사고할 필요도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 자동적으로 사회의 틀 안에서 자라나고, 직업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 만큼 이 사회는 확고·강력하다. 이는 무생물이고 무형태임이 당연하지만, 스스로의 법칙 하에 유기체와 같이 작동함도 사실이다.

2015년을 보내고 2016년을 맞이하며, 예전과 달리 좀 따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음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살아갈 날이 수 십년도 더 남아있음을 낙관하던 필자로서도 얼마 전 사소하게 보이던 신체검사 건강지표 한 두 개 때문에 겪었던 정신적인 충격의 후유증 탓일지도 모르겠다. 학기 중 이 나라 저 나라 학술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여행 중 치아 하나가 부러지기도 했고, 감기몸살로 항생제 처방된 감기약을 꽤 오래 복용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스케줄대로 잘 지켜나가며 내심 자부심도 느끼며 흡족해 했었는데, 자그마한 사건 하나가 생활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물론 한달 후 재검사의 결과는 정상이고, 다시금 필자는 해피앤딩의 상황으로 와 있지만, 연말연시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는 약간은 달라져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거대한 우주에서 사소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우리 자신의 건강한 삶과 가족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소하게 느꼈던 바이오리듬, 건강검진, 식이요법, 운동 및 취미생활, 신앙 및 신념 등이 무시할만한 사안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하루하루의 삶과 매년 다가오는 새해가 아무것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건강한 개인과 가족들이 모여 건강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좋은 국가를 이루고, 또한 좋은 세계를 이룰 것이라는 남들도 다 아는 긍정적이고 대의명분적인 생각도 해보는 심적인 여유를 이제는 누리고 있다.

謹賀新年! Happy New Year!